여성 건강을 위한 안내서, 세 번째 이야기.
산부인과 의사가 탐지한 피임에 관한 거짓말 4
(1) 질외사정·월경주기법으로 안전히 피임할 수 있다
질외사정은 실패율이 20~25% 정도로 높은 편이에요. 월경주기법은 주기가 늘 규칙적이어야 믿을 수 있는데요. 월경 주기는 스트레스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라 틀어지기 쉬워요. 그러니 불완전한 방법일 수밖에 없죠.
(2) 성관계 후 질을 씻으면 피임이 된다
정자는 순식간에 자궁 경부를 통해서 자궁 안으로 들어가요. 그러니 질 내부의 정액을 씻어낸다고 해서 피임이 되지 않아요.
(3) 경구피임약이 불임을 유발한다
경구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가임력은 바로 회복돼요. 아예 끊지 않고 불규칙하게 먹을 때에도 임신이 되는걸요. 그래서 피임할 목적이라면 반드시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거고요. 이런 경구피임약이 불임을 유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4) 다른 피임법을 쓰지 않았다면, 그냥 응급피임약을 먹으면 된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120시간(5일) 안에 먹어야 하고, 되도록 한 월경 주기 당 한 번만 써야 해요. 사전피임약에 비해 피임률도 떨어지고요. 말 그대로 피치 못할 ‘응급’ 상황을 위한 약인 거죠.
올바른 피임법에 관해 헷갈리는 것이 있다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경구피임약을 빼먹었어요. 이러면 피임 효과가 바로 없어지나요?
다행히 그렇지는 않아요. 보통 경구피임약은 월경 시작 1~3일 차부터 21일간 매일 복용하고, 7일간 휴약 기간을 갖는데요. 투약 기간에 하루 약 먹는 걸 잊었다면, 이튿날 두 알을 복용하면 됩니다. 이틀 깜빡했다면 그다음 날 세 알을 먹으면 되고요. 하지만 그보다 긴 기간 약을 빠뜨렸다면, 일단 약 복용은 이어 가면서 콘돔처럼 정액을 차단하는 피임법을 2주 정도 같이 써야 해요. 경구피임약은 불규칙하게 먹으면 피임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정 출혈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피임법을 같이 쓰면 피임률이 더 올라가나요?
병행하려는 피임법의 종류에 따라서 다를 수 있어요. 경구피임약을 매일 잘 복용하고 있거나 루프·미레나·임플라논을 한 경우라면, 이미 피임률이 99%에 달하기 때문에 더 올라갈 여지는 없는데요. 콘돔은 피임 외에 성병 예방 효과도 있기 때문에 같이 사용하는 것을 권해요. 월경주기법으로 피임하는 경우라면, 질외사정·콘돔 사용 등 다른 피임 방법을 병행하면 피임률이 올라갈 수 있고요.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폐지됐잖아요. 이제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임신 중단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불법이 아닙니다. 2019년에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 1월 1일 자정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죠. 다만 이후에 관련 법이 더 만들어지지 않아서 임신 몇 주까지 합법인지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에요. 보험도 적용받을 수 없고요.
현재 병원을 찾으면 수술 또는 약물을 통해 임신 중단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수술은 과다 출혈, 자궁내막염, 자궁 천공 같은 위험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임신 초기인 3개월 안에 받는 게 좋아요. 임신 20주 이상은 수술이 매우 위험할 수 있고요. 임신 주수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유도분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임신 중단 약물은 여러 종류가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은 우리나라에서 허가가 나 있지 않지만, 다른 약제는 얼마든지 쓸 수 있죠. 간혹 인터넷에서 개인적으로 약을 구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엉터리 약을 받아 금전적인 손해를 입거나, 먹고 안심하고 있다가 나중에 병원을 찾아 임신 주수가 많이 진행된 걸 발견하기도 해요.
수술이든, 약물이든 임신 중단은 병원에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는 것,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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