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잔칫상에 오르던 별미인데…정체 알면 화들짝 놀란다는 '한국 전통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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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잔칫상에 오르던 별미인데…정체 알면 화들짝 놀란다는 '한국 전통음식'

위키트리 2025-03-21 20:0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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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의 향토음식 애저찜이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조선시대 정조와 고종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이 보양식은 그 정체를 알게 되면 많은 이들이 놀라곤 한다. 어미젖만 먹고 자란 새끼돼지를 푹 고아낸 음식인 애저찜은 혐오스럽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 역사 속 민초들의 지혜와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향토 음식이기도 하다.

묵은지를 넣고 찌개처럼 끓인 애저찜 / 한국관광공사
애저(哀猪), 그 슬픈 이름의 유래

애저는 본래 '아저(兒猪)', 즉 새끼돼지를 뜻하는데, 죽은 새끼돼지를 측은히 여겨 '애저(哀猪)'로 부르게 되었다. 고문헌에서는 애저찜을 '아저증(兒猪蒸)'으로 표기하고 있다. 음식 이름에 '兒(아이 아)' 자가 붙으면 혐오감을 줄 수 있어, 일찍 희생된 어린 새끼돼지가 너무 애석하다는 뜻으로 슬플 '哀(애)' 자를 써서 '애저(哀猪)'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가난한 농가에서 시작된 애저찜

돼지는 보통 3개월마다 8~15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식성도 좋고 새끼도 많이 낳으니 농가에서는 매우 유용한 가축이었다. 그러나 워낙 새끼를 많이 낳다 보니 뱃속에서 죽은 채 태어나거나, 여러 형제들 사이에서 어미젖을 먹다 깔려 죽는 경우도 있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돼지를 키우면서도 돼지고기 한 점 맛보기 어려웠던 농가에서는 이렇게 죽은 새끼돼지를 그냥 버리지 못하고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애저요리의 시작이었다. 배고픈 농가에서 차마 버리지 못해 먹기 시작한 애저찜은 어려운 시절 민초들의 애환과 지혜가 담긴 음식이었다.

전북 진안 향토음식으로 꼽히는 애저찜 / Olive '한식대첩' 시즌2
애저찜이 전북 진안의 향토음식이 된 이유는?

진안군은 산지가 발달한 해발 200~300m에 위치한 고원분지 지형으로 전체 면적의 80% 가량이 산지이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진안이 "땅이 메마르고 추위가 빨리 오는 기후"라고 기록하고 있다.

땅이 건조하고 평균 기온이 낮은 산지다 보니 농지가 부족했지만, 가축을 사육하기에는 적절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흑염소나 흑돼지 등을 많이 길렀고, 자연스럽게 애저찜을 먹을 기회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 왕실과 부유층의 별미로 떠오른 '애저찜'

조선후기에는 애저찜이 국왕의 식탁에 오를 정도로 유행했다. 1796년(정조 20) 2월 11일 『일성록(日省錄)』 기사에는 국왕에게 올리는 수라의 찬품 중에 애저찜이 있고, 한 그릇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을 9냥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1902년의 『고종임인진연의궤(高宗壬寅進宴儀軌)』에는 애저찜과 새끼돼지집으로 끓인 저포탕(猪胞湯)이 찬품단자에 들어 있다.

그러나 가난한 농가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먹게 되었던 애저찜이 왕실의 식탁에 오를 정도로 유행하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독점적 상권을 부여받은 육의전과 시전 상인들은 금난전권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벌었고, 애저찜을 먹는 것은 부의 과시 수단이 되었다.

죽은 새끼돼지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살아있는 새끼돼지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어미돼지를 잡아 돼지새끼집(猪胎)까지 꺼내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현대인들이 애저찜을 잔인하거나 징그럽다고 여기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고종(高宗) 때 궁궐과 관청에 각종 그릇을 납품했던 지규식(池圭植)이라는 공인이 남긴 『하재일기(荷齋日記)』의 1891년 11월 18일 기사에는 "새끼돼지 한 마리를 족히 다섯 냥 주고 사가지고 와서 삶게 했다. 오후에 배부르게 먹었다. 밤중에 또 먹으면서 난경(蘭卿)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새끼돼지로 만드는 향토음식 애저찜 / Olive '한식대첩' 시즌2
혐오 식품이라고? 애저찜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이러한 풍속을 두고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색다른 맛을 즐기는 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언급하며 '편벽된 기호'라고 비판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각에서는 애저찜을 혐오식품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새끼돼지를 먹는 풍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는 생후 3주된 새끼돼지를 잡아 통구이로 만든 음식이다. 적어도 죽은 돼지새끼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만들어 먹었던 애저찜의 의미와 향토음식으로서의 가치까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의 애저 요리, 어떻게 만들고 먹을까?

진안의 향토음식으로 꼽히는 애저찜은 대개 엄마 젖을 떼기 전의 새끼돼지로 요리한다. 태어난 지 한 두달 정도 된 새끼를 갖은 약재와 함께 푹 고아낸다. 맛과 식감은 백숙이랑 비슷하다. 국물이 진해 고기를 다 먹고 묵은지를 넣어 끓이면 또 색다른 맛이 난다.

애저찜의 특징은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없고 단맛이 약간 나면서 고소하고 담백하며 뒷맛이 깔끔하다는 점이다. 요리 예능 '한식대첩' 심사위원으로 나선 심영순 요리연구가는 “애저는 다양한 요리를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식재료 중 하나”라고 평하기도 했다.

현대의 애저찜은 내장을 제거한 새끼돼지의 배 속에 기름에 볶은 꿩이나 닭, 마늘, 두부, 파, 호두 등을 넣고 실로 꿰매 고기가 흐물흐물할 정도로 푹 쪄내는 방식이다. 비린내가 가신 애저찜의 살점을 묵은 깻잎에 토하젓과 마늘을 함께 넣어서 쌈 싸 먹으면 산뜻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때로는 꿩이나 닭고기를 채우지 않고 인삼, 대추, 전피나무, 포비자 등의 한약재를 넣어 찜보다는 곰으로 하거나, 털을 뜯고 배를 갈라 양념을 바른 다음 참종이를 몇 겹 둘둘 말아 묽은 황토흙 속에 넣어 구워내는 '훈제 애저구이'를 만들기도 한다.

민초들의 지혜가 담긴 한국의 향토음식 '애저찜'

애저찜은 처음에는 가난한 농가에서 버리기 아까워 시작된 음식이었지만, 나중에는 부와 권력의 과시 수단으로 변질되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북 진안의 중요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아 많은 이들이 그 담백한 맛을 즐기고 있다.

전통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삶의 애환이 담긴 애저찜이 단순히 혐오의 대상이 아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애저찜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속에 담긴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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