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전기를 공급하는 인근 변전소에 화재가 발생해 "심각한" 정전이 발생해 영국 히드로 공항이 21일(현지시간) 하루 종일 폐쇄될 예정이다.
영국에서도 가장 붐비는 공항으로, 히드로 공항 측은 앞으로 며칠 동안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운영이 재개되기 전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공황에 와서는 안 된다고 승객들에게 당부했다.
런던 서부 헤이즈 소재 변전소에서 발생한 2차례의 폭발과 화재로 인해 5000여 세대가 여전히 정전 상황을 겪고 있으며, 인근 주민 150명이 대피했다.
소방대원들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11시 23분 현장에 처음 출동했으며,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변전소에서 밤새 불길과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런던 소방대(LFB)는 현재 불길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전력망을 총괄하는 '내셔널 그리드'는 X를 통해 오전 6시 고객 6만2000명에게 전력을 다시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아직 공급받지 못하는 가구는 4900세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LFB는 소방차 10대, 소방관 약 70명이 화재 현장에 급파되었으며, 화재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한편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부 장관은 BBC 라디오 4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백업 발전기뿐만 아니라 변전소 자체의 운영도 멈추게 한 듯한"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변전소 화재로 인해 바쁘게 돌아가는 교통의 중심지가 이토록 심각한 혼란을 겪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 답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직 화재의 정확한 이유도 모른다"고 했다.
아울러 밀리밴드 장관은 정부도 원인을 파악하고 싶다면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고자 한다고 했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래이더24'는 X를 통해 21일 히드로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1351편 이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항 폐쇄가 발표되었을 당시 이미 상공에는 항공대 약 120대가 비행 중이었다.
LFB는 예방 차원에서 200m 길이의 저지선을 설치하였으며, "상당한 양의 연기가 발생하고" 있기에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문과 창문을 닫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인근 건물에서 29명을 구조해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고도 덧붙였다.
패트릭 굴본 LFB 차장은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 및 추가 확산 방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날이 밝아올수록 혼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니, 가급적 이 지역을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한편 히드로 공항 대변인은 "승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3월 21일 오후 11시 59분까지 공항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면서 "승객 여러분께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상황을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대응하고 있으나, 정확히 언제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복구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한 혼란에 대해 사과한 공항 측은 승객들에게 각 항공사에 자세한 정보를 요청할 것을 권고했다.
히드로 공항은 영국 내 주요 관문으로, 매일 이착륙 1300회를 처리하는 곳이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무려 8390만 명에 달한다.
한편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히드로 공항으로 향하던 자사 항공편 7대가 출발지로 되돌아가거나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대표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은 BBC 뉴스에 자사 항공편 2대가 런던에서 파리로 우회했다고 밝혔다.
'엄청난 폭발음이었습니다'
대피에 나선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프리미어 인' 호텔 근처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밤새 정보가 별로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했다고 했다.
바네카 싱클레어(64)는 "폭발 현장에서 약 100야드(약 91m) 떨어져 있었다. 밤11시 30분쯤, 나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집이 흔들렸습니다."
"누군가 우리 집 벽에 크게 부딪힌 줄 알았습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도로 아래쪽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보고자 재빨리 겉옷과 신발을 챙겨 도로를 따라 달려 나갔고 … 변전소에 불이 났음을 깨달았습니다."
싱클레어는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면서 "그 모든 불길과 연기 … 정말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싱클레어에 따르면 이후 경찰이 찾아와 집으로 돌아가 필수품을 챙겨 대피하라고 일렀으나, 그 누구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결국 주민들은 해당 호텔로 모였고, 호텔 측은 이들을 받아주는 한편 기다리는 주민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를 챙겨주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싱클레어는 "지금도 정신이 없다"면서 그날 이후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웃인 사비타 카푸르(51)는 "오후 11시 30분 첫 번째 폭발이 일어났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카푸르에 따르면 경찰들은 주민들에게 집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말했고, 이후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
"80대인 고령의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십니다. 저는 어머니를 직접 차에 태우고 이 지역을 벗어난 뒤 자매들의 집에 어머니를 모셔다드렸습니다."
"다시 운전해서 집으로 가던 중 2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땅이 뒤흔들렸습니다."
카푸르는 어머니를 다른 곳에 모신 뒤 간신히 '프리미어 인'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응급 구조 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아직 도로가 안전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점은 이해한다고 했다.
카푸르는 "우리는 경찰선 뒤 도로에서 새벽 2시 30분까지 서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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