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여파로 급락했다. 최근 삼성SDI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투자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유증 시기와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1300억원 넘게 매도하며 전 거래일 대비 13.02% 하락한 62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화(-12.53%)를 비롯 한화시스템(-6.19%), 한화오션(-2.27%) 한화그룹 계열사 주가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가 급락의 주요 원인을 유상증자 결정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를 통해 해외 지상 방산, 조선해양, 해양 방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이지호 연구원은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는 맞다”면서도 “연간 투자 목표액이 한해 2조원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웃도는 회사의 이익 체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앞서 삼성SDI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14일 삼성SDI는 시설자금 4541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1조5460억원 등 총 2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공시 발표 당일 삼성SDI의 주가는 6% 이상 급락한 19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업 측은 유상증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예고 없이 발표된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다 투자자들은 자금 확보 방식으로 유증을 택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오는 31일 재개되는 공매도를 의식해 유증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최근 주가 상승 폭이 컸던 만큼, 공매도 재개 이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공매도 허용 시기에 유상증자를 발표하면 주가 낙폭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어, 그 이전에 단행하는 것이 전략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유상증자가 4월 초 상법 개정안을 앞둔 선제적 대응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환원 의무가 커지고, 대규모 유상증자 단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유증 단행 시기상 상법 개정을 앞둔 결정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4월 초 상법 개정안 통과될 가능성 큰데, 기업 입장에서는 그 전에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