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재판 결과를 둘러싼 해석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헌재가 지난 20일까지도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이번 주 내 선고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기각·각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며 장외 여론전을 강화하는 등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헌재 결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오는 26일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와 맞물려 정국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헌재는 19일 “오늘은 선고기일을 공지할 예정이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 선고가 다음 주로 미뤄졌음을 시사했다. 변론 종결 이후 22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로는 95일째를 맞아 박근혜 전 대통령(91일), 노무현 전 대통령(63일) 사례를 넘어 역대 최장기 심리 기록을 세우고 있다.
헌재의 장고가 길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리적 검토가 길어지는 만큼 ‘기각·각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반면, 민주당은 선고 지연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헌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헌재가 언제 선고일을 발표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기각·각하 가능성’ 기대감↑
국민의힘은 선고 지연이 탄핵 기각·각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에서 6명의 재판관이 의견일치를 봤다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인데 결정이 미뤄진다는 것은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기각이나 각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강승규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재판관들이 격렬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평의의 결론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의원은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헌재가 그동안 정치적 편향성, 과정이나 내용상에서의 어떤 흠결, 대통령의 변론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여러 가지 비판 등에 대해서 평의과정에서라도 제대로 해야 된다”며 “그런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추측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2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2심 선고 후 탄핵심판 선고’라는 시나리오가 조기 대선 정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민주당, 헌재 강하게 압박… 장외 여론전 가속
반면 민주당은 헌재의 선고 지연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지난 20일 헌재의 신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헌재 앞 기자회견을 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에는 이 대표가 광화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헌재의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가며 여론전을 펼쳤다. 신변 위협으로 외부 일정을 자제하던 이 대표도 방탄복을 착용하고 직접 참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헌재를 압박했다.
또한 민주당은 헌재 재판관 구성을 문제 삼으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요구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갑자기 이렇게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마 후보자 임명을 강요하는 것 자체는 헌재로부터 어떤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에 대비해 계속해서 임명 강행 ‘퇴로’를 구축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마 헌재재판관 후보자의 추가 임명을 최근 재차 촉구하는 것이 윤 대통령 탄핵 기각 또는 각하 신호라는 주장도 나온다.
주진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 안 하면 탄핵하겠다’며 갑자기 협박에 나섰다”며 “탄핵 각하·기각 의견인 재판관이 적어도 3명 이상이란 정보를 (민주당이)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도심 곳곳 찬반 집회… 정국 긴장 고조
헌재의 선고가 미뤄지면서 도심 곳곳에서는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을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지정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빨리 파면 선고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속한 탄핵 선고를 촉구했다.
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도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1시 59분에 윤 대통령 파면 기원 159배를 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령 지지 단체들은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과 엄마연대 등 단체들은 지난 10일부터 헌재 인근 안국역 인근에서 철야 농성을 지속하며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
헌재, 선고일 발표 언제...26~28일 가능성 커져
헌재가 지난 19일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주 선고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통상 선고 당일 헌재 주변 관리와 안전 확보를 위해 학교 휴교 및 교통 통제 등이 필요하고, 경찰도 2만 명에 달하는 기동대 등 경찰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적어도 2~3일 전에 선고기일을 통지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20, 21일 중 선고일을 발표하면 다음 주 초반(25일 전후), 그렇지 않으면 26일 혹은 28일 사이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26일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도 예정돼 있어,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연쇄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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