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혐오 대상인데... 딴 나라선 최고급으로 대우받는 의외의 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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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혐오 대상인데... 딴 나라선 최고급으로 대우받는 의외의 식재료

위키트리 2025-03-21 17:3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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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레스토랑의 조리실. / 픽사베이

도시의 잿빛 거리를 느릿느릿 걸으며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는 비둘기. 공원이나 광장에서 사람을 피해 다니는 비둘기를 보며 한국인들은 ‘고기’를 떠올리지 않는다. 비둘기는 한국에서 혐오와 무관심의 경계에 놓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선 이 새가 접시에 오르는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는다. 비둘기 고기는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진미로 취급받으며 프랑스와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오랜 전통과 함께 식탁을 장식한다. 비둘기 고기에 대해 알아봤다.

2024년 11월 5일 오후 대구 북구 학정동 들녘에서 콤바인이 추수를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비둘기가 떨어진 나락을 주워 먹기 위해 떼를 지어 날아들고 있다. / 뉴스1

비둘기과에 속하는 조류인 비둘기는 전 세계에 약 308종이 분포한다. 흔히 도시에서 보이는 비둘기는 바위비둘기의 아종인 집비둘기다. 몸길이는 보통 30~35cm 정도고, 회색 깃털과 짧은 부리, 그리고 둥근 꼬리가 특징이다. 곡물과 씨앗, 인간이 버린 음식을 먹으며 생존한다.

비둘기는 과거엔 전서구로 쓰일 만큼 인간과 가까웠다. 흰비둘기는 서양에서 평화를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에선 배설물로 건물을 더럽히고 병균을 옮길 가능성 때문에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비둘기도 엄연한 동물인 만큼 식재료로 이용될 수 있다.

2024년 9월 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있는 한 가게 앞에 주차된 승용차 위에서 비둘기들이 앉아 쉬고 있다. / 뉴스1

프랑스에선 비둘기 고기가 고급 요리로 사랑받는다. 구체적으로 프랑스 남부 알비 지역의 ‘레 피종 듀 몽 로열’ 농장은 40년 넘게 식용 비둘기를 사육하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키운 비둘기는 생후 한 달 이상 된 어린 개체로, 살이 연하고 부드러운 상태에서 도축된다. 대표 요리는 ‘피죤 로티(pigeon rôti)’다. 이 요리는 비둘기를 소금과 후추로 간한 뒤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발라 오븐에서 굽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히는 게 핵심인데, 너무 오래 굽지 않아 미디엄 레어로 유지한다. 여기에 와인과 육수를 넣고 4시간 동안 천천히 끓인 소스를 곁들이면 고급 레스토랑 메뉴가 완성된다. 프랑스에선 16세기부터 귀족들이 즐겼던 전통 요리다. 오늘날엔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에서도 자주 나온다. 사육된 비둘기는 옥수수와 수수를 먹여 깨끗하게 키운다. 1kg당 14유로(약 2만 원)로 거래될 만큼 비싸다.

‘피죤 로티(pigeon rôti)’ / The Everyday French Chef

이집트에서도 비둘기 고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카이로 같은 대도시에서 ‘하맘 마슈위(hamam mashwi)’는 결혼식 같은 큰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요리다. 이집트에선 장모가 사위에게 만들어주는 전통이 있다. 한국의 닭백숙과 비슷하다. 조리법은 간단하면서도 정성이 들어간다. 먼저 비둘기를 깨끗이 씻고 소금과 레몬즙에 절여 냄새를 잡는다. 그 후 숯불 그릴에 통째로 올려 천천히 굽는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게 익히며, 때론 쌀과 양파, 향신료로 속을 채워 풍미를 더한다. 이 요리는 보양식으로 여겨진다. 결혼 첫날 신랑에게 힘을 북돋아준다는 믿음이 있다. 이집트에선 주로 농가에서 키운 비둘기를 쓴다.

중국에서도 비둘기 요리가 흔하다. 특히 광둥 지역이 비둘기 고기로 유명하다. ‘구운 비둘기(烤乳鸽)’가 대표적이다. 광저우나 홍콩의 식당에선 어린 비둘기를 꿀과 간장으로 코팅한 뒤 화덕에서 굽는다. 겉은 갈색으로 빛나고 살은 촉촉하면서도 쫄깃하다. 조리 전엔 고기를 두들겨 부드럽게 만들고, 오향장육처럼 다섯 가지 향신료로 양념해 깊은 맛을 낸다. 중국에선 비둘기 고기가 닭고기만큼 흔한 단백질원이다. 길거리 꼬치구이로도 팔릴 정도다. 값은 닭보다 비싸지만 그만큼 별미로 취급된다.

시리아에선 비둘기 고기를 정력제로 여겨 주로 수프나 스튜로 끓여 먹는다. 다마스쿠스 주변에선 비둘기를 야채와 함께 물에 넣고 생강, 계피를 더해 몇 시간 동안 푹 고아 요리를 만든다.

비둘기 요리는 나라마다 종류가 다양하다. 프랑스엔 앞서 말한 피죤 로티 외에도 ‘파테 드 피죤(pâté de pigeon)’이 있다. 늙은 비둘기의 고기를 갈아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 형태다. 이집트엔 하맘 마슈위 말고도 ‘하맘 마흐쉬(hamam mahshi)’가 있다. 쌀과 견과류로 속을 채운 비둘기를 오븐에 구워낸다. 중국 광둥 지역의 구운 비둘기 외에, 베이징에선 ‘비둘기 탕수육’처럼 튀김옷을 입혀 소스에 버무린 요리도 있다. 미국 남부에선 우는비둘기(mourning dove)를 사냥해 먹는다. 주로 그릴에 구워 레몬과 허브 소스를 곁들인다. 메추라기 고기와 닭고기를 섞은 듯한 맛이라고 한다. 그리스 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선 비둘기를 올리브 오일에 재워 구운 뒤 포도주와 함께 내놓는다.

한국도 물론 비둘기 고기를 먹었다. 가난했던 시절 비둘기를 탕으로 끓이거나 구워 먹었다. 하지만 요즘엔 비둘기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도심에 넘쳐나는 비둘기는 더럽거나 비위생적인 새라는 취급을 받는다. 공원에서 떡밥을 쪼아 먹고, 배설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이미지가 크다. 실제로 도심 비둘기는 먼지와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고, 바이러스나 세균을 옮길 가능성이 있어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반면 요리에 쓰이는 비둘기는 대부분 농장에서 사육된다. 프랑스나 이집트의 식용 비둘기는 깨끗한 환경에서 곡물을 먹이며 키워진다. 종류는 같아도 환경과 용도가 다르다. 집비둘기 외에 멧비둘기나 우는비둘기 같은 야생종도 식용으로 쓰이지만, 도심 비둘기와는 달리 자연에서 사냥하거나 관리된 상태에서 공급된다.

한국에서 비둘기 고기가 외면받는 건 위생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크다. 닭이나 오리처럼 대량 사육이 용이한 가금류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까닭에 굳이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잡아먹을 필요가 없다. 반면 외국에선 비둘기가 전통적으로 식재료로 뿌리내렸고, 고급 요리로 발전했다. 한국에서 하찮게 보이는 비둘기가 프랑스 미쉐린 레스토랑이나 이집트 결혼식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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