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김의 대명사… 야구방망이처럼 생겼는데 맛은 일품이라는 '한국 생선'

한눈에 봐도 생김새가 독특하다. 길쭉하고 큰 머리에 가느다란 몸통, 얼룩덜룩한 무늬까지. 생선이라고 하기엔 너무 낯설고, 마치 야구방망이를 닮은 듯한 외형 때문에 '못생김의 대명사'로 불리는 생선이 있다.

해풍에 건조 중인 장치. /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름도 생소한 이 생선은 바로 '장치', 강원도 동해안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이색 해산물이다.

장치는 본래 이름이 '벌레문치'로, 강원도에서는 방언으로 '장치'라 불린다. 도치, 꼼치와 함께 '못난이 생선 삼형제'라 불릴 정도로 외형은 그리 예쁘지 않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그 맛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찜으로 만들어 먹었을 때 탱탱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살아나며, 한번 맛본 사람들은 잊지 못할 별미라고 입을 모은다.

벌레문치(장치).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장치는 주로 동해안 북부, 특히 강릉 지역에서만 잡히는 생선이다. 보통 수심 300~1000m의 깊은 해저에서 서식하는데, 성장할수록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장어처럼 길쭉한 몸매에 큰 머리, 이어진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는 마치 뱀 같은 인상을 준다. 최대 1m까지 자라며, 몸 전체는 갈색빛을 띠고 있다. 깊은 바다에 살아 어획량이 많지 않고, 주로 다른 어종을 잡을 때 함께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거에는 잡어로 취급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거나 배에서 간단히 회로 먹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동해안 어획량이 줄어들며 '장치'가 숨은 별미로 재조명되고 있다.

장치는 생김새와 생태도 독특하지만, 요리법도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요리는 '장치찜'이다. 강릉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으로, 겨울철 통통하게 오른 장치를 말려 매콤한 양념에 졸여 만든다. 요리 전 손질이 중요하다. 껍질이 미끈거리고 살이 탄력 있어 해동 상태가 관건이다. 너무 해동되면 칼이 잘 들지 않고, 덜 해동되면 살이 딱딱해진다. 장치의 알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껍질 기름도 깨끗이 씻어내야 비린내와 느끼함을 없앨 수 있다.

장치찜. / 한국관광공사 제공

양념 없이 찐 장치. / 한국관광공사 제공

찜 요리에는 주로 겨울바람에 하루 이틀 살짝 말린 장치를 사용한다. 말리면 쫄깃한 식감이 더욱 살아나며, 양념도 잘 배어든다. 손질한 장치에 감자와 무, 멸치육수, 매콤한 양념을 넣고 조리면 국물이 녹진해지면서 깊은 맛이 완성된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흰쌀밥 위에 장치 살을 올려 매콤달콤한 양념과 함께 먹거나, 남은 국물에 감자, 김가루, 라면사리를 넣어 마무리해도 훌륭하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탱탱한 살결은 ‘바다의 고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살아있는 장치는 쉽게 볼 수 없다. 잡히는 즉시 급랭돼 유통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내장을 제거하고 넓게 펴 말린 형태로 판매된다. 장치는 제철이 가을부터 겨울까지로, 겨울철 찜 요리로 특히 잘 어울린다. 찬 바람 부는 계절,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이 못난 생선은 따뜻한 찜 요리로 식탁 위에 오르면 그야말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생김새만 보고 외면했던 이 생선은 알고 보면 진짜 '맛의 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