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세대 간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이 내야 할 보험료 부담은 늘어난 반면, 은퇴 세대가 받는 연금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금 개혁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에서도 연금 개혁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3%로 유지하는 것이다. 투표 결과 재적 의원 277명 중 찬성 193표, 반대 40표, 기권 44표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가 제안한 개혁안은 세대별 차등 인상안을 포함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오랜 기간 많은 돈을 내야 하는 만큼,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차등 인상을 추진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국회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을 매년 0.5%포인트씩 8년 동안 일괄 인상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중장년층의 생계 부담과 노인 빈곤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또 외국에서도 세대별 차등 인상 사례가 없다는 점, 시민단체들이 세대 갈등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결정에 20~40대 젊은 층의 반발이 거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정치란 표 싸움일 뿐, 청년층의 목소리는 외면당한다”, “기성 세대는 현역 시절 문제를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청년들에게 부담을 떠넘긴다”, “왜 희생은 늘 우리 몫이냐”,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만 오르고, 보험료까지 인상되는 게 말이 되냐”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국회의 표결에도 반영됐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35), 김재섭(38), 박충권(39), 우재준(37), 조지연(38) 등 30대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도 이소영(40), 장철민(42), 전용기(34) 의원이 반대했고, 김동아(38), 모경종(36) 의원 등은 기권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39), 이준석(40) 의원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30대 의원 중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김용만(39), 백승아(40) 민주당 의원 등 소수에 불과했다.
여권 중진들인 나경원·안철수·한기호 의원 등은 기권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반쪽짜리 개혁에도 못 미친다"며 "혹시 있을 대선 전에 인기 없는 개혁안을 서둘러 봉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다음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선에서 5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30대 이하 유권자는 28.6%에 그쳤다. 당선된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7.7세로, 젊은 층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본회의에서도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을 지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번 개혁안은 기성세대에 유리하고 완전하지 않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추가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개혁안은 부모가 자식의 저금통을 털어 쓰는 것과 같다"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 없이 이어지는 연금 개혁은 '폰지 사기'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출신인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보험료는 대폭 인상하면서 연금 수준은 충분히 올리지 못해 공적 연금이 저연금 구조로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며 "이번 연금 개혁안은 국민의 요구를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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