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과 방대한 상품군을 앞세워 빠르게 한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최근 국내 직진출까지 선언하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미칠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C커머스 기업의 한국 진출이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상편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국내 상륙기와 현황에 대해 다룬다. 하편에서는 중국발 이커머스에 대응하는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 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C커머스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쿠팡·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은 각 사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그 외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C커머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물러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C커머스의 확산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성장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커머스의 직진출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쿠팡, 네이버 등의 대기업과 C커머스와 손잡은 토종 이커머스 기업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C커머스 업체와 상품 카테고리가 겹치지 않는 버티컬 플랫폼 등은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교수 겸 중국경영연구소장은 “앞으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는 네이버, 쿠팡, C커머스 3개 군만 남을 것”이라며 “C커머스 기업은 한국 시장에 더욱 깊숙이 들어올 것이다. 지난해 위해성 논란 등으로 C커머스 기업이 퇴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용자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알리, 테무가 각각 900만명의 유저를 갖고 있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놓을 수 없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독과점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무신사, 컬리 등 버티컬 플랫폼의 거래액 비중이 전체 온라인 시장의 절반에 달한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체리피킹에 익숙하다. 혜택 비교를 통해 가장 저렴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쿠팡은 C커머스의 침투에도 공고한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한 새벽 배송 서비스 등이 강력한 락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8월 유료 멤버십 비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이탈이 미미했다. 오히려 지난해 3·4분기 매출이 10조6900억원에 달하며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팡은 미국 기술·경제 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가 뽑은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 부문 2위에 올랐다. 패스트 컴퍼니는 쿠팡에 대해 로켓프레시, 쿠팡플레이, 와우 멤버십과 무료배송 혜택을 융합해 고객 재방문을 끌어낸 원스톱 이커머스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견고히 구축한 물류 인프라가 폭발적 성장세를 이끈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쿠팡은 풀필먼트 영역을 더욱 강화하며 이를 기반으로 업계 점유율을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풀필먼트란 물류 전문 기업이 판매자 대신 상품 준비, 포장, 물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구축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자체적인 PB 상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오픈마켓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이유를 이커머스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물류 사업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이커머스 생태를 장악한 뒤 풀필먼트 사업을 강화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멤버십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여왔다. 국내 포털 점유율 1위 기업인만큼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장점이다. 네이버는 유료 멤버십의 적립 혜택을 기반으로 충성 고객을 형성하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고객 경험 관리 리포트 2024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의 NPS(순고객추천지수)는 24.3로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쿠팡 로켓와우, 신세계유니버스, T우즈패스 가운데 가장 높았다. NPS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 네이버멤버십을 추천하는 소비자들 대다수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가장 큰 강점을 꼽았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새롭게 출시하고 마케팅 전략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는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자들에게는 타겟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매칭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쇼핑 김주관 프로덕트 부문장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앱을 통해 소비자의 쇼핑 경험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출시를 기점으로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상반기 중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커머스 대비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 오픈마켓 특성상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과 상품 카테고리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유통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 만큼 중국발 이커머스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편, 쿠팡과 네이버에 밀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G마켓 등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른바 ‘합종연횡’ 전략을 펼쳐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G마켓은 실제로 C커머스 기업과 손을 잡고 업계에서의 점유율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G마켓의 모회사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은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
신세계는 알리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역직구 시장을 개척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동남아 등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11번가도 국내 토종 이커머스 중 하나다. 지난 1월 기준 MAU 4위를 차지할 만큼 상당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모기업인 SK가 배터리,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매각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마켓 영업이익이 12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다만 모기업인 SK가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11번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서도 향후 두각을 드러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C커머스처럼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한 국내 플랫폼 가운데 네이버, G마켓, 11번가가 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사이트라는 강점이 있고, G마켓은 알리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11번가의 경우 전통적인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이지만 향후 내리막을 탈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배송이나 상품 서비스 등에서 소구점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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