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37] 행복을 배달하는 예술, 그리고 나의 이야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37] 행복을 배달하는 예술, 그리고 나의 이야기

문화매거진 2025-03-21 10:42:03 신고

3줄요약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예술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과정이면서도, 동시에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감정을 담아내며,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이번 엠 컬렉트 나인틴(M.COLLECT.19) 갤러리에서 열리는 ‘THE SIGNATURE’ 전시는 그런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통해 감정과 기억, 삶과 자연을 표현하며, 서로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행복을 배달하는 몽다를 통해 ‘소소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전시의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하며 깨닫게 된 것은 행복이란 단순히 한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이는 동심에서, 어떤 이는 자연에서,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다양한 형태의 행복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전시 영상 포스터 중 일부 발췌 / 사진: 엠 컬렉트 나인틴 갤러리 제공
▲ 전시 영상 포스터 중 일부 발췌 / 사진: 엠 컬렉트 나인틴 갤러리 제공


나는 오랫동안 ‘행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업해왔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할 때마다, 결국 돌아오는 답은 ‘행복’이었다. 그래서 나의 작품 속에는 행복 배달원 몽다(夢다)가 등장한다. 그는 무지개빛 세잎클로버를 들고 별똥별을 타며, 세상 곳곳에 행복을 배달하는 존재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HDH.SPIELRAUM’에서 몽다는 반짝이는 별빛을 가로지르며 여행을 떠난다.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라면, 세잎클로버는 ‘일상의 행복’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특별한 순간만을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소중한 것은 사소한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 따뜻한 차 한 잔,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 하루를 마무리하며 떠오르는 감사한 순간들. 내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그러한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혜련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 정혜련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전시장을 둘러보며 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마주했다. 그 작품들 속에서 나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 주시은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 주시은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주시은 작가의 작품 ‘cache-cache’는 동심의 세계를 그려낸다. ‘cache-cache’는 프랑스어로 ‘숨바꼭질’을 의미하는데, 그녀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순간들을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터치로 표현한다. 작품 속에서는 순수한 유희와 즐거움이 담겨 있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행복을 배달하는 몽다를 그려왔지만, 사실 행복이란 애초에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그들은 매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사소한 일에서도 기쁨을 발견한다. 주시은 작가의 작품을 보며,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수희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 이수희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이수희 작가는 ‘나무’를 통해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녀의 작품 ‘감나무 아래 춤’은 자연이 주는 위로와 따뜻함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감나무는 계절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우리를 지켜본다. 나는 작품을 바라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쉽게 지치지만, 문득 하늘을 바라보거나 바람을 느끼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행복은 때로는 그렇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자연 속에서 조용히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 Ena Kim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 Ena Kim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Ena Kim 작가의 작품 ‘함께라서 따뜻해’는 반려묘와의 소중한 기억을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달자매’라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다. 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을 사용한 그녀의 작품은 따뜻한 감성이 가득하고, 반려묘와의 교감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행복이란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순간 속에서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몽다는 행복을 배달하지만, 결국 그 행복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우리 곁의 소중한 존재들이다.

▲ Luna Yang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 Luna Yang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Luna Yang 작가의 작품 ‘Rest’는 제주도의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케이크’라는 독특한 형상으로 표현되었다. 단순한 형상과 색감을 활용해 만든 이 작품은 마치 하나의 기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고요한 위로와 안도감이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기쁨과 슬픔을 별개의 감정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순간에서 이 두 감정은 함께한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행복하지만, 동시에 그 순간이 언젠가 끝날 것을 알기에 아쉬움도 느낀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예술이 어떻게 감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 윤서희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 윤서희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 벽면 / 사진: 정혜련 제공


윤서희 작가의 ‘PICTURESQUE#50’은 코끼리를 통해 관계와 위로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코끼리들은 단순한 접촉을 넘어 상처를 보듬고 공감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특히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해 작품에 고통과 치유의 흔적을 새겨넣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지만,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되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이 작품은 그런 인간 관계의 본질을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영상 중 일부 발췌 / 사진: 엠 컬렉트 나인틴 갤러리 SNS
▲ 영상 중 일부 발췌 / 사진: 엠 컬렉트 나인틴 갤러리 SNS


전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 ‘SPRING: 봄’이 갤러리의 모니터를 통해 상영되고 있다. 이 영상은 갤러리 관계자 분께서 만들어주신 것으로,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봄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나의 작품 속에서 몽다가 행복을 배달하듯, 이 영상은 봄의 따뜻함과 희망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전시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영상 속에서 각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의 스토리처럼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예술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또 다른 창작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 전시장 전경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장 전경 / 사진: 정혜련 제공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나는 행복이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확실히 깨달았다. 주시은 작가는 아이의 시선 속에서, 이수희 작가는 자연 속에서, Ena Kim 작가는 사랑하는 존재와의 유대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Luna Yang 작가는 제주도의 풍경을 상징적인 형태로 담아내어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감정을 표현했고, 윤서희 작가는 서로 기대어 있는 코끼리들을 통해 관계 속에서의 위로를 이야기했다. 이렇듯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행복이 모여 이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시는 일정 기간 동안 열리지만, 예술은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작품이 걸린 공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을 투영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나에게 있어 예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과 생각을 세상과 나누는 과정이며, 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다리다. 몽다가 배달하는 행복이, 이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시정보>
전시 일시 : 3/7(금) ~ 3/22(토) (일,월 휴관)
전시 시간 : 11시~18시
전시 장소 : 엠 컬렉트 나인틴(M.COLLECT.19) 갤러리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23, 2층(연희동))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