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온천 수요 감소에 온정터미널도 쇠퇴…2024년 탑승객 하루평균 3.7명
폐업 위기 터미널 전국 161곳…"터미널은 지역 간 연결고리…지원 필요"
(울진=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지방 민영 버스터미널들이 운영난에 허덕이다가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터미널협회는 민영터미널 161곳을 잠재적 폐업 위기 대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7년동안만 민영터미널 38곳이 폐업했다.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 오전 8시 40분께, 경북 울진군 백암온천로에 있는 온정종합터미널.
한적한 동네에 있는 버스 터미널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낡아 보였다.
'온정터미널'이라고 적힌 미닫이문은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힘겹게 열렸다.
대합실에는 사람이 없어 적막했다.
내부 불은 꺼져 있어 어두컴컴했고 매표소 창구는 텅 비어있었다.
종합터미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에는 하루 4회 동서울행 버스 노선이 전부였다.
이 버스는 울진 평해읍, 후포면과 영주시를 거쳐 동서울을 향한다.
타지역 주민이 창구를 찾아 "대구 가는 버스 있냐"며 물었지만, 동서울행 버스가 전부라는 대답에 이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왔지만 이날 탑승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합실 내 부서진 이발소 회전 간판이 윙윙 돌아가는 소리만 울렸다.
홀로 운전석에 앉아 있던 버스 기사 김종만(53)씨는 기자를 발견하더니 "이리 와보라"며 손짓했다.
그는 버스 예매 현황을 보여주는 자그마한 화면을 가리킨 후 "오늘 1명 탄다"며 허허 웃었다.
김씨는 "빈 차로 출발할 때가 많다"며 "온정종합터미널에서는 많이 타봐야 한두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지역에 큰 숙박시설 한 곳이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있던 탑승객도 이제는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버스는 온정종합터미널에서는 탑승객을 한명도 태우지 못한 채 빈 차로 떠났다.
창구를 홀로 지키던 직원도 "수고하세요"라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는 휴식 시간을 가지러 홀연히 사라졌다.
온정종합터미널 측에 따르면 해당 터미널은 1986년 문을 열었다.
온정종합터미널은 지역 유명 관광지였던 백암온천이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같은 운명을 맞고 있다.
2024년 연간 탑승객은 1천356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하루에 3.7명이 이용한 수준이다.
온정종합터미널 측은 지속적인 적자에 운영난을 겪으면서 지난달 울진군에 터미널 매입 건의를 한 상태다.
김용규 온정종합터미널 대표는 "군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매입이 안 될 경우 터미널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터미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중 일부는 서울의 대형병원에 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다.
남성식(65)씨는 "간염이 있어서 3달에 한 번씩 아산병원에 검진받으러 간다"며 "차가 있어도 운전해서 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장만규(80)씨도 "매달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다"며 "서울에 있는 딸도 고향 오갈 때 버스를 탄다"고 했다.
울진군은 현재 터미널 측의 매입 건의를 검토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주민 의견수렴 검토 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타 시군의 민영 터미널 매입 사례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천시는 지난해 1월부터 지역 민영 버스터미널의 대합실, 매표소, 화장실 등 건물 일부를 임차해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영천시는 향후 공영버스터미널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전국터미널협회에 따르면 2018∼2024년 상반기까지 전국 민영터미널 38곳이 지속적인 수요 감소 등으로 문을 닫았다.
협회는 전국 민영터미널 161곳을 잠재적 폐업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중 경북에는 45곳이 있다.
잠재적 폐업 대상 터미널은 하루 이용객이 500명 이하인 곳이다.
민영터미널 폐업이 이어지면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훈 전국터미널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국 민영터미널 약 120곳은 공영화를 통해 공공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용역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터미널은 지역의 관문이자 다른 지역과의 연결고리"라며 "현재 민영터미널 사업자가 단독으로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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