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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도 고령화 시대…60세 이상 수형자 급증
20일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수형자 비율은 2014년 8.4%에서 2023년 17.1%로 9년 만에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수형자 5명 중 1명꼴로 고령자라는 의미다. 같은 기간 고령수형자 수는 2801명에서 6504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20세 미만 수형자는 같은 기간 큰 변동 없이 약 320명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처럼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수형자에 대응할 교정 시설과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노인교도소가 한 곳도 없다. 일반 교도소에서도 고령자를 위한 적절한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형관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법무부 교정본부 소식지 ‘월간 교정’ 3월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고령수형자는 연령에 따라 구분되는 집단이지만 특성상 대단히 이질적이어서 일반 수형자와 구별되는 개별 처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고령수형자가 ‘교정의 대상’이자 동시에 ‘노인복지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복지와 형벌이라는 상호대립적 이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이미 노인 수형자 전용시설 운영 중”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에 직면한 국가들은 이미 고령수형자를 위한 특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징엔(Singen) 교도소는 바덴-뷔르텐버그 주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남자 노인범죄자를 수용하기 위한 폐쇄시설로 운영중이다. 노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 접견 시간 완화, 의료서비스 강화 등이 징엔 교도소의 특징이다.
또 2007년 설립된 독일의 데트몰트(Detmold) 교도소는 일반교도소에 연결된 특별사동 형식으로 노인수용시설을 갖추고 있다.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며 사회에 상응하는 노인복지 혜택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개별 처우를 실시한다.
일본의 경우 히로시마에 위치한 오노미치 형무지소에서 노인을 위한 특화된 설비와 다양한 교육,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은 민관협력 모델인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교도소를 도입해 2007년 마네 사회복귀촉진센터, 2008년 시마네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 등을 설립했다. 이들은 보안업무 등 핵심 기능은 정부가 담당하고, 시설의 설계·건설·유지 관리 및 일부 서비스는 민간에 위탁하는 혼합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령수형자가 출소 후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후생노동성과 연계한 지역생활정착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교정과 복지의 연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고령친화도시 연계 ‘고령친화 교정타운’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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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와 해외 사례를 고려해 박 교수는 ‘고령친화 교정타운’ 건설을 제안했다. 고령친화 교정타운은 고령수형자뿐 아니라 장애인 수형자 등 특별한 돌봄과 치료가 필요한 수형자들을 위한 복합 교정시설이다.
고령친화 교정타운의 핵심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고령친화도시’와의 연계다. 지난 2023년 12월 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정부는 고령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을 고령친화도시로 지정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이러한 고령친화도시 내 또는 인근에 고령친화 교정타운을 조성하면 의료·복지 시설과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고령친화 교정타운은 노인교도소를 중심으로 장애인 수형자 시설, 일반교도소, 중간처우 시설(형기 종료 전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완화된 구금 시설) 등을 포함하게 된다. 고령친화도시의 외곽에 위치하며, 도시 중심부와 교정타운 사이에는 노인복지시설이나 의료시설을 배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런 구상의 가장 큰 장점은 고령수형자에 대한 적절한 교정처우(수형자의 교화와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과 환경 제공)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교정타운은 고령친화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고, 도시 주민들은 교정타운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고령친화도시와 고령친화 교정타운이 연계 추진되면 고령수형자 등에 대한 적절한 교정처우를 할 수 있고, 아울러 고령친화도시의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는 상생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구소멸이 우려되는 지방 중소도시들이 고령친화도시 조성과 함께 고령친화 교정타운을 유치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 여파로 인해 생겨나고 있는 유휴 학교부지나 군부대 부지 등을 활용하면 부지 확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고령친화 교정타운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일본의 PFI 모델처럼 민간 참여 확대, 신탁제도(위탁자가 재산을 수탁자에게 맡겨 수익자를 위해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 활용, 고령범죄자 처벌 및 처우에 관한 법제 정비 등을 제안했다. 또한 ‘노노(老老)서비스’(비교적 건강한 노인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돕는 서비스)를 활성화함으로써 건강한 고령수형자가 도시의 거동 불편 고령자를 돕거나, 반대로 도시 고령자가 수형자를 돕는 상호지원 체계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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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있는데 현실은 부족…고령수형자도 인간다운 삶 보장해야”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54조 제1항은 “교도소장이 노인수용자에 대해 나이·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그 처우에 있어 적정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적정 처우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 교수는 “고령사회에서 고령자의 복지 향상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국가적 과제”라며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 ‘살던 지역공동체에서 늙어가기’라는 노인복지의 핵심 명제가 고령수형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수형자 등에게도 이러한 권리의 보장은 수형자로서의 지위에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고령친화도시와 연계된 고령친화 교정타운의 건설은 이러한 국가적 책무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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