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박혜진(오른쪽)이 20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주장 박혜진은 BNK에게 우승 DNA를 이식해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사진제공|WKBL
그뿐이 아니다. 18일 챔프전 2차전 하프타임에는 선수들을 코트 한 쪽으로 모았다. 훈련보다 대화를 택했다.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약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쿼터까지 박빙 승부를 이어간 BNK는 3쿼터부터 달아나기 시작했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원정 1·2차전을 모두 잡은 BNK는 창단 첫 우승을 향한 중요한 발판을 확보했다.
이처럼 박혜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다. 박정은 BNK 감독은 챔프전을 앞두고 “박혜진은 걱정하지 않는다. 발목이 완전치 않고, PO에서 출전시간이 길었지만,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다. 벤치에서 신경 쓸 부분이 전혀 없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혜진은 2차전 3쿼터 도중 오른 발목을 삐었다. 그러나 잠시 재정비한 뒤 4쿼터 초반 코트로 돌아갔다. 정신력 또한 대단하다.
박혜진은 아산 우리은행에서 ‘왕조’를 경험했다. 2012~2013시즌부터 6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었다. 잠시 주춤한 때도 있었으나,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에도 정상을 밟았다. 모두 주축 선수로 뛰면서 거둔 성과다.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8차례나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BNK에서 하나를 더 추가했다. ‘큰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한 베테랑은 BNK 선수들을 이끌며 이적 첫 시즌부터 우승을 의미하는 첫 번째 ‘별’을 구단에 선물했다.
BNK는 지난해 여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계약기간 3년, 첫 시즌 보수총액 3억2000만 원으로 박혜진의 사인을 받아냈다. 정규리그 초반 BNK의 선두 질주를 이끈 그는 후반기에는 재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발목이 불편했고, 고질적 발 부상도 겹쳤다. 정규리그 막판 복귀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봄농구’ 무대에서 BNK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몸 상태도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그가 보유한 우승 DNA는 역시나 남달랐다.
사직|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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