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자 가족의 고통 “신약이 나와도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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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자 가족의 고통 “신약이 나와도 그림의 떡”

평범한미디어 2025-03-20 18:04:06 신고

3줄요약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3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헌법 36조 3항에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충분히 건강한 삶을 보장 받고 있을까? 적어도 중증환자 및 희귀질환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보장 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2024년 기준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인정된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의 종류는 총 1314개이고 여기에 해당하는 희귀질환자는 5만4000명 이상이다.

 

희귀질환의 일종 '단장증후군' 아동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직접 주사를 놔주고 있는 모습. <사진=KBS 캡처>

 

희귀질환이란 게 유병 인구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를 말하는데, 유병 인구가 200명 이하인 극휘귀질환도 있다. 유병률이 극히 낮아 상병코드도 없다. 방송 다큐에서 흔히 접하는 희귀질환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 이루 말하기 어렵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80% 이상은 유전이나 선천성 질환으로 주로 아동기에 많이 발병한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거나 있더라도 워낙 비싸서 당사자들을 짓누르기 마련이다. 당연히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일을 할 수가 없으며, 온가족이 힘을 모아 간병하기에도 경제적 부담은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소위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고 만다.

 

이에 정부에서도 2017년부터 관련 대책을 마련해서 2021년부터 희귀질환 관리체계 구축, 과학적 근거 마련, 진단과 치료 기반 구축, 치료 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 강화를 하고 있다. 나아가 희귀질환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 대상일 경우에는 총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이 최소 0%에서 최대 10%에 지나지 않아 가계부담을 덜어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있는 희귀질환 관련 비용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192만여명에게 7조 2000억원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산정특례가 적용되더라도 건강보험 요양급여 항목으로 한정되는 탓에 비급여 항목은 전액 본인 부담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정특례는 모든 희귀질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현행 약가 제도 혜택은 주로 항암제에 치중되어 있고 희귀난치성질환 중 산정특례 질환으로 지정되지 못 한 경우에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제도는 있으나 제도 내에서 보호 받지 못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무 부처 보건복지부를 비롯 질병관리청과 건보, 건보심사평가원은 “재정 안정성과 형평성”을 핑계로 내세울 게 아니라 희귀질환자들의 헌법적 권리 보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여러 대안들이 떠오르는데 일단 약값이 매우 비싸다. 지난 2023년 4월 개최된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의 실질적 제고를 위한 정책개선 토론회(강선우 국회의원실)’에서 관련 문제를 다뤘는데,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고가 희귀의약품 지출 비중은 3.6%로 스페인(13.5%), 미국(5.9%)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토론회에서 언급된 △유전재발열증후군 △시신경척수염 △분절성증식증후군 △중증화농성한선염 △한랭응집소병 등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극희귀질환자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나 다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급여 희귀질환 항목들이 급여화가 되려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사전심의제를 통과해야 하는데 상급종합병원 전문 의료진이 신청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승인율은 20%에 그친다.

 

3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선별등재제도’다. 신약이 출시되면 심사를 통해 급여에 포함시킬지, 비급여로 둘지를 결정하는 것이 선별등재제도인데, 일본은 희귀의약품 개발 공모의약품, 신규 작용기전 의약품 등에 대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도 선별등재제도를 운영한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급여제외방식’을 통해 성형, 미용 목적이 아닌 경우라면 대부분 급여로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제한적으로 선별등재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알맹이가 빠져 있다. 중증질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신약이 출시되어도 급여화가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상 출시된지 1년에서 3년 이상이 흘러도 급여화가 되지 않아서 본인이 다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독일과 영국은 성형과 미용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 급여로 지원하는 형태다. 특히 영국은 일반 급여에 등재되지 않는 의약품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급여 모형을 운영하고 있다. 가능하면 희귀질환자들이 치료를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폭넓게 보장해주는 형태다. 필자는 독일과 영국처럼 급여제외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능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 비급여화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선 급여 후 평가제’ 도입이다. 척수성근위축증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질환은 경구용 치료제가 있으나 비급여였고 주사제는 급여였다. 환자들은 너무나 고통스럽게 주사제를 맞으면서 경구용 치료제가 하루빨리 급여화가 되길 원했다. 그러나 제도의 한계상 여러 단계의 평가를 통과해야 급여화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약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식약처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승인을 했음에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사를 넘지 못 하면 급여화 혜택을 받지 못 한다. 따라서 아직 신약이 평가위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식약처의 까다로운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선 급여 후 평가제를 도입해서 환자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 식약처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것은 임상실험까지 모두 마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 번째는 기금 설치다. 영국을 비롯 미국과 호주,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는 희귀의약품 기금이 설치되어 있고 이 기금은 조세와 제약사 분담금, 민간 기부금 등으로 조성된다. 해당 국가들에도 사회보험이 있음에도 별도의 기금을 조성한 이유는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한국처럼 희귀질환자들을 건보 재정으로만 지원하면 형평성 문제와 재정 부담, 지속성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기금 조성의 필요성은 건보 재정 부담 완화 차원에서도 강조될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희귀질환 당사자와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필자는 3가지 중 선 급여 후 평가제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당사자와 가족에게 ‘그림의 떡’도 아니고 치료약은 있는데 쓰지 못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속히 논의에 들어가주길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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