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서비스 수출 높은 성장성…K팝·웹툰·게임 경쟁력 덕분"
해외 플랫폼 의존 지적…"단순 납품 구조에 머물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서비스 수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와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 제언이 나왔다.
특히 K팝이나 영화, 드라마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콘텐츠 수출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한은은 20일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현황과 나아갈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서비스 수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교역에서 서비스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19.4%에서 2023년 24.1%로 크게 늘었지만, 한국의 서비스 수출은 주요국보다 성장이 더디고 시장 점유율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법률,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선진국들에, 아웃소싱 등 저임금 기반 서비스업은 중국, 인도 등에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이 운송, 판매 지원 등 상품 수출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고,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탓도 있었다.
다만, 지식서비스 수출에서는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
한국의 지식서비스 수출은 2010~2024년 연평균 13.4% 증가하면서 전체 서비스 수출 증가(3.8%)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분야별로 지식재산권 사용료(전체 지식 서비스의 54.0%), 전문·사업 서비스(27.0%), 정보·통신 서비스(14.1%), 문화·여가 서비스(4.9%)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 트렌드 확산, K팝, 웹툰, 게임 등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등에서 이런 성장세가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제조 기업들이 주로 수출하는 지식재산권 중 국내외 다른 기업에도 공급할 수 있는 원천기술 기반의 지식재산권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을 꼽았다.
아울러 영상 콘텐츠가 국내의 독창적인 창작 기반이 아닌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김태호 한은 국제수지팀 과장은 "일본 닌텐도는 해외에 진출해 자회사를 세우고 포켓몬 같은 콘텐츠를 직접 배포한다"며 "반면, 국내 제작사들은 글로벌 회사의 외주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단순 납품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어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비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에 위탁해 제작한 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을 갖는다. 오징어게임 제작비가 1억달러인데, 그 성공 덕분에 넷플릭스 시가총액이 몇백억 달러 늘었다는 뉴스를 보셨을 것"이라며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천차만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멀티미디어 제작서비스 수출 규모가 7억1천만달러에 그쳤다"며 "이는 우리 제작사들이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회사에 납품한 대가로, 글로벌 회사들은 그 콘텐츠 소유권을 갖고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결론적으로 "기업들은 그간의 제조설비·건설 부문 중심의 투자 행태에서 벗어나 서비스 부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는 과감한 규제 완화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천기술 연구개발, 문화·예술 창작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인재들을 조기 발굴해 지원하고 양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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