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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기존 D램을 압도하며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HBM 시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를 시장에 선보이며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는 삼성 주총이 열리던 어제, 또 다시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HBM3E 공급망 진입을 시도했지만,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HBM4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HBM4 샘플 세계 최초 공급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은 확고하다. 2022년 HBM3, 2023년 HBM3E 8단 및 12단을 연이어 세계 최초로 선보였으며, 2025년에는 HBM4 12단 샘플 공급까지 성사시키며 기술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선보인 HBM4는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12단 기준으로 세계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이천과 청주 공장을 활용해 HBM4 양산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협력해 베이스다이(Base Die) 성능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HBM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베이스다이는 GPU와 연결되어 메모리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다이를 생산했으나, HBM4부터는 TSMC의 선단 로직 공정을 도입해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다.
엔비디아 루빈에 SK HBM4 탑재 유력
HBM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사는 단연 엔비디아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지속적으로 고성능 메모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SK하이닉스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8일 GTC 2025에서 차세대 AI 칩 ‘루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AI 반도체 경쟁을 예고했다. 특히 루빈은 처음으로 HBM4를 탑재하는 제품으로 알려졌으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요청에 따라 HBM4 공급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2024년부터 엔비디아에 HBM3E 8단 및 12단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품질 검증(퀄 테스트)을 진행했지만,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2025년 주주총회를 통해 HBM 전략을 공식화하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반기 HBM4 양산…"과오 되풀이 안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전영현 부회장은 “HBM 시장 초기 대응이 늦었지만, 조직 개편과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HBM4를 2025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AI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Custom) H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HBM3E와 HBM4까지 연속으로 시장을 주도하면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마이크론은 2년 내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술력과 생산 속도 면에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보다 한 단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인텔과 AMD 등도 AI 반도체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HBM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반도체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HBM’이다. AI 시장의 성장과 함께 HBM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과 맞춤형 HBM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 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은 HBM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BM 시장은 앞으로도 중요한 전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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