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함께 사라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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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함께 사라질 전시

문화매거진 2025-03-20 10:20: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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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어딘가에서 촬영한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 서울 어딘가에서 촬영한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가끔 TV를 보다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들을 보면 놀랍다. 물가 빼고는 아무것도 안 오른다는데 그 액수는 오르는 물가와 함께 매년 갱신된 듯이 늘어나는 것 같다. 큰돈이 오고 가는 세상을 가끔, 아주 조금 부러워하는 것으로 돈에 대한 근심이나 걱정을 하지 않는 죄책감을 덜어내곤 했다. 한숨이 나와도 정말로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최근 몇 달 동안 기획서를 쓰며 여러 전시장의 대관료를 이래저래 알게 되었다. 다양한 공간들이 있지만 수도권 내에 전시를 하기 위해 ‘괜찮은 공간’(정돈된 공간이면서 평수가 넓은)은 2주에 500만 원 또는 그 이상인 경우도 많다. 그곳들의 지리적 위치가 블로그와 인터넷에 떠도는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아님에도 말이다. SNS의 핫플과 비슷하지만 무관하게 예술인의 핫플은 변화하기에 강남도 성수도 아닌 그 어딘가 2주 500에서 600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서울인데 그 금액이 뭐가 그렇게 비싸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전시’를 연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그 비용이 얼마나 부담되는 가격인지 납득이 된다.

흰색의 벽과 높은 층고, 그것만으로 예술인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충분하지만 그러한 공간을 지속적 지원해 줄 만한 돈이 많은 인심 넉넉한 이는 거의 없다. 아쉽게도 많은 공간에는 대부분 당연하게 제약이 따른다. 그리고 조금 더 괜찮은 공간은 그 많은 제약 속에서 가장 제약이 없는 친절한 공간이 되곤 한다. 오들오들 떨며 추운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친절한 공간 운영자 또는 작가를 자주 목격해 왔다.

공간 입장을 듣고 보면 그렇다고 그들이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공간 운영자도 월세를 내고 밥해 먹고 커피 마시면 남는 게 뭐가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몇 달에 한 번은 알바몬을 깔아놓고 한숨을 푹푹 쉬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대충 노동으로 채워볼 궁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공간의 비싼 대관비는 결국 지원금을 받는 전시만을 가능케 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는 전시, 결국 전시는 전시계획서를 여과해서 살아남은 것들로 일 년을 채워간다. 매일같이 좌절하던 이들이 정리해서 낸 문서를 여과한 그 계획서에는 미처 적지 못한 말들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채워지는 1년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 중에서 어떤 것은 실험적인 사례가 되기도 어떤 것은 굳혀졌겠다. 그런 일상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판단한 몇몇 예술인들은 그저 빈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대관비가 저렴한 곳에서 얼룩덜룩한 흰색 벽에 작품을 걸고 전시를 하느니 자신의 집 옥상으로 올라가겠다는 것이다. 또는 도시의 작은 귀퉁이 공간을 N분의 1하여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울이 지하 50m 아래에 GTX를 만들어 고속으로 더 많은 이들을 중심지로 나르는 것을 실현하는 동안, 포화가 된 공간은 동에서 은으로 은에서 금으로 변하고 있다. 금, 은, 동이랑 먼 예술인들은 공간을 포기하거나, 하나의 아름다운 공간을 열댓 명이 쪼르르 서서 바라보고만 있게 되었다. 아주 작은 공간들이 생겨나고 일시적으로 반짝이고 있다. 그들의 공간은 모스부호 같다. 이제 각자도생을 위해 공간에 집중하는 것보다 각각의 행보에 집중하며 서로가 서로를 더 자세히 바라봐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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