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이 국내에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주된 이유가 기초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과도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기후솔루션은 이슈 브리프 ‘소극행정이 빼앗은 태양광: 명분없는 이격거리 규제’를 통해 "국내 태양광 발전이격거리 규제로 인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잠재입지의 62.7%가 차단됐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이는 국토 면적의 9%에 해당하는 8889km²로, 서울 면적의 14.6배, 여의도의 3000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전국 129개 기초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했으며, 이 중 46개 지자체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1% 미만으로 감소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발전시설이 도로, 주거지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기준을 두는 정책으로, 국내에서는 평균 300m에서 최대 1km까지 설정되고 있다. 이는 미국(약 3m), 캐나다(최대 15m) 등과 비교했을 때 매우 과도한 수준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러한 과도한 규제의 배경에는 기초지자체의 소극행정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 민원을 우려한 지방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예산정책처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기초지자체가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참고해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태양광 발전은 오히려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규제가 시행되고 유지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최재빈 기후솔루션 정책활동가는 “정부는 기초지자체들이 자의적으로 태양광 규제를 도입한 것을 방치해 왔다”면서 “이격거리 규제는 태양광 발전을 허용할 수 있는 입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설정돼야 한다. 현재의 규제는 근거가 부족해 재검토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포함해 총 8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은 기초지자체가 임의로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격거리 규제의 상한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의원은 “산업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태양광 보급 확대를 발표했지만, 입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며 “기초지자체에 맡겨둔 이격거리 규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의원 역시 “중앙정부는 기초지자체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남용하는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무분별한 규제는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 중앙정부가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 태양광 발전이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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