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하이퍼 나이프〉가 공개되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의학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넘어 이 작품이 특별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박은빈, 윤찬영, 설경구로 이어지는 세 배우의 강렬한 연기 변신에 있다. 이들은 각자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어떤 차별화된 캐릭터를 구축해냈으며, 〈하이퍼 나이프〉를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박은빈, 빛나는 연기 변주
〈하이퍼 나이프〉가 공개되며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단연 배우 박은빈이 구현해낸 '정세옥' 캐릭터다. 생명을 구하는 의사와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마라는 극단적 이중성을 지닌 '사이코패스 천재 의사'라는 파격적 설정은 그 자체로 강렬한 서사적 긴장감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박은빈이 선보일 연기적 스펙트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특히 박은빈은 2022년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섬세하게 체화해내며 연기 전성기의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이어 〈무인도의 디바〉에서는 고립된 무인도에서 15년이라는 시간을 홀로 버텨낸 생존자이자 가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서목하'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캐릭터 소화력을 재확인시켰다. 이러한 연기 궤적을 고려할 때, 〈하이퍼 나이프〉를 통해 박은빈이 또 어떤 차별화된 인물 해석과 감정선을 선보일지가 작품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세옥'이라는 역할을 만나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끝까지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가슴 뛰는 시간을 보냈다 -배우 박은빈
윤찬영, 존재감 구축이 관건
〈하이퍼 나이프〉에서 정세옥(박은빈)의 곁을 지키는 서영주 역을 맡은 윤찬영은 이 작품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세옥의 살인마적 이면을 인지하면서도 그녀의 의사로서의 소명과 능력을 믿는 인물로, 그 양가적 관계성이 캐릭터의 핵심을 이룬다.
넷플릭스 히트작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급부상한 윤찬영은 이후 〈소년비행〉, 〈딜리버리맨〉, 그리고 지난해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까지 연이은 주연작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박은빈과 설경구라는 두 배우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존재감을 구축해낼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가 선보이는 절제된 연기와 감정선의 표현이 작품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경구, 영화에서 드라마로...영역 확장
설경구의 존재감은 〈하이퍼 나이프〉의 무게중심을 형성한다. 정세옥이 제어되지 않은 날것의 사이코패스 의사로 그려진다면, 설경구가 연기하는 인물은 사회적 규범 속에 능숙하게 자리잡은 명망 높은 교수이자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다.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닮아있는 두 인물 간의 복잡한 애증 관계가 펼쳐지는 서사야말로 이번 작품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 〈실미도〉, 〈소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 한국 영화계의 주요 작품들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설경구는 지난해 화제작 〈돌풍〉을 통해 OTT 시리즈라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하이퍼 나이프〉를 통해 그가 또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어떻게 확장하고 재해석해 낼지가 작품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영화와는 다른 시리즈물만의 캐릭터 밀도와 지속성 속에서 펼쳐질 그의 세밀한 연기 변주가 기대를 모은다.
뇌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섬처럼 고립된 인물이다. 누구에게도 곁을 두지 않는 '덕희'가 애정을 듬뿍 쏟은 제자 ‘세옥’과 대립하는 입체적이고 흥미진진한 사제지간을 보여줄 것 -배우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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