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적인 주주총회는 단순한 의결 절차를 넘어 기업과 주주 간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대표적인 주주친화적 주주총회 사례로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의 투자목적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 또한 매년 주주친화적인 모습을 강화하고 있다.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의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요 안건은 △사외이사 김준성·허은녕·유명희·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전영현·노태문·송재혁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신제윤·유명희 선임 등이다.
삼성전자는 광교중앙역과 주주총회 장소인 수원컨벤션센터를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주총장을 찾은 주주의 편의를 높였다. 행사장 내부에는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 주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주주명부 확인 데스크 40여개를 설치해 주총 시작 직전에도 빠른 입장을 도왔다.
올해 주총장에는 삼성전자의 AI 기술 혁신과 차세대 기술력을 주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전시공간은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AI Home' ▲스마트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갤럭시 AI' ▲AI Home 컴패니언 로봇 '볼리(Ballie)'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전장 솔루션 및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의료기기 등 총 6개로 구성됐다.
특히 주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이었다. 주총장을 활보한 이 로봇은 물건을 집었다 놓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올 초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주요 생산공장에 협동로봇, 조리로봇 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총회장은 준비된 1000여 석의 의자가 거의 찰 정도로 많은 주주가 참석했다. 지난해 주총 참석자가 약 600명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900여 명의 주주가 참석해 높아진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주총의 가장 주목할 점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다.
현장에 찾은 주주들은 입장 시 제공된 전자표결 단말기로 각각의 안건에 대해 직접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가 마감된 후 현장투표는 전자투표와 합산돼 구체적인 찬성 및 반대 비율이 주주총회장 스크린을 통해 명확히 표시됐다. 투표 결과 그래픽 또한 지난해보다 가독성을 높여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전자투표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미리 확보한 전자투표만으로 출석 정족수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의 주총에서는 현장 참석자의 투표 결과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주총 현장에선 심지어 투표 용지를 수거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기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현장 주주의 의결권 행사까지 철저히 보장했다.
주주들의 알 권리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였다.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 소개 시 사진과 함께 주요 약력과 후보 타당성을 함께 제시해 주주들이 후보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했다.
안건 질의 과정에서도 한종희 의장은 주주들의 질문을 충분히 수용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회 종료 후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2부 시간에 약 1시간에 걸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 전영현 사장이 각 사업 부문별 경영전략을 주주들에게 설명했으며, 이후 10명의 경영진이 주주들의 다양한 질의에 성실히 답변했다. 이 같은 별도 소통시간 덕에 안건 질의 당시 무관한 질문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주총은 지난해 대비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질문의 다양성도 높아졌다. 한 여성 주주는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에 여성 사내이사가 없다"며 여성 인재 활용에 대한 지적을 제기했다. 또 다른 주주는 국민연금의 전영현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반대 이유에 대해 회사가 파악했는지 물었다. 반도체특별법의 근로시간 특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겠다"며 "기존 사업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AI 기반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 도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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