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최근 화제가 된 국내 유명 배우의 미성년자 교제 의혹으로 연예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15세 이하 여성들로만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다.
19일 방송계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방영되는 MBN의 ‘UNDER15(언더피프틴)’에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프로그램은 만 15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5세대 걸그룹을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59명 중 2016년생 참가자가 5명 포함됐다. 만 8~9세 나이로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하는 참가자의 연령대가 드러나자 아동 성 상품화와 더불어 아동 학대 소지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MBN 측에서 공개한 참가자 프로필에 출생 연도와 ‘바코드’가 함께 올라간 점도 성 상품화 의혹을 가중시켰다. 프로그램을 예고하는 광고 영상에서는 미성년자 참가자들이 진한 화장을 하고 배와 어깨가 노출된 옷차림으로 등장해 대중의 비판을 샀다.
또 지난 13일 공개된 프로필 영상에서는 흰 티셔츠를 입고 동요를 부르던 아이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화면이 전환된 후 짙은 메이크업을 하고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모습으로 바뀌는 장면이 나와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방송계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인처럼 표현하는 등 성 상품화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언더피프틴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국내 ‘걸그룹 육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아이돌 양성이라는 명목 하 성 상품화를 허용해 왔다. 지난 2017년 앰넷에서 기획한 ‘아이돌학교’ 역시 걸그룹이 되고 싶은 전국 소년들을 대상으로 ‘예쁜 신입생을 모집한다’며 걸그룹 육성에 뛰어든 바 있다.
당시 홍보 영상도 성 상품화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 참여 지원을 한 여성들이 모두 짧은 치마의 교복이나 부르마(하의가 짧고 몸에 달라붙는 일본식 여성 체육복)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폐활량 훈련이라며 수영장을 배경으로 지원자들을 등장시키거나 무대위기 대처를 위해 물을 맞게 하는 등의 장면도 홍보 영상에 포함돼 뭇매를 맞았다.
아이돌학교보다 먼저 방송된 걸그룹 양성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2016)의 총괄 PD는 당시 잡지 인터뷰에서 “남자들에게 건전한 음란물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프로듀스 101의 가장 어린 참가자는 1회차 방영일 기준 13세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광고계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지속돼 왔다. 지난 2019년 7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가 광고에 등장한 어린이 모델을 성적 대상화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스킨라빈스는 미성년자 여자아이를 광고에 등장시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내보냈는데, 논란이 된 것은 아이스크림을 떠 먹는 입술을 클로즈업한 장면이었다. 당시 미성년자 광고 모델은 성인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논란 이후 배스킨라빈스는 전파를 탄 지 하루 만에 광고를 내렸고 사과문을 개제했다. 광고를 내보낸 방송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를 받았다.
이 같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걸그룹 양성 프로젝트를 구상해 수익을 취하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성년자를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창원대 철학과 윤지영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케이팝에서 많은 수의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나마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로 ‘어린 나이’가 강조된 것”이라며 “최근 발생한 연예인 미성년자 교제 의혹과 맞물리면서 비판적인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자라나는 미성년자들을 어른들이 소비할 수 있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각성과 자정이 나와야 할 때”라며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대중이라는 변덕스러운 상대에게 품평 당하고 순위가 매겨지게 되는데, 이 경우 아이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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