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훨씬 더 마신다... 캄보디아서 '국민 음료' 된 뜻밖의 한국 음료

한국보다 훨씬 더 마신다... 캄보디아서 '국민 음료' 된 뜻밖의 한국 음료

위키트리 2025-03-19 16:2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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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 들어선 박카스 대형 광고판.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60여 년 전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한국 땅에서 한 병의 작은 음료가 태어났다.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자 했던 그 음료는 단순한 자양강장제를 넘어 국민의 곁에서 희망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가 됐다. 박카스다. 한 모금에 담긴 타우린과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야근, 시험, 노고를 이겨내는 이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됐고, 그 특유의 파인애플 향은 세대를 아우르며 추억의 맛으로 남았다. 강신호 동아제약 창립자가 1961년 내놓은 박카스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피로회복제로 자리 잡았고, 해외에서도 그 이름을 알리며 글로벌 시장을 누비고 있다. 박카스의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동아제약 박카스D / 동아제약 제공

박카스는 동아제약에서 생산하는 자양강장 드링크다. 카페인, 타우린, 비타민 B군을 주성분으로 한 에너지 음료인 박카스는 피로회복과 각성 효과를 내세운다. 이름은 로마 신화의 술의 신 바커스(Bacchus)에서 따왔는데, 강신호 창립자가 직접 작명했다. 100ml와 120ml 병에 담긴 갈색 액체는 파인애플 주스와 비슷한 단맛과 은은한 쓴맛이 특징이다. 현재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약국과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지만, 과거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만 판매됐다. 박카스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렸고, ‘야근 필수품’이나 ‘수험생의 친구’로 불리며 독보적인 위치를 지켰다.

강신호 창립자는 한국전쟁 후 허약해진 국민의 건강을 챙기고자 개발에 몰두한 끝에 처음엔 정제(알약) 형태로 박카스를 선보였다. 1962년 앰플 형태가 추가됐고, 1963년 8월 8일 드링크제 ‘박카스D’가 나왔다. 동아제약은 이날을 공식 출시일로 삼아 2023년에 60주년을 기념했다.

초기 정제는 포장 기술 한계로 녹는 일이 잦았고, 앰플은 주사제로 오해받아 ‘드링크용’ 경고문이 붙었다. 1991년 ‘박카스F’로 리뉴얼됐고, 2005년 타우린 함량을 2000mg으로 늘린 ‘박카스D’와 카페인을 뺀 ‘박카스 디카페’가 나왔다. 2011년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며 편의점 판매가 가능해졌고, 이후 젤리와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변형 제품도 등장했다.

동아제약 박카스F / 동아제약 제공

박카스의 종류는 꽤 많다. 약국에서 주로 파는 ‘박카스D’는 타우린 2000mg과 카페인 30mg을 함유한 100ml 제품이다. ‘박카스F’는 편의점용으로 타우린 1000mg에 카르니틴 100mg을 추가한 120ml 버전이다. 카페인을 뺀 100ml와 120ml 두 가지로 나온 ‘박카스 디카페’는 초록색 라벨이 특징이다.

군납용 ‘박카스A’는 250ml 캔으로 과라나 열매 추출물이 들어가고, 수출용 ‘박카스X’는 인삼이 첨가됐다. ‘박카스맛 젤리’는 카페인 없이 비타민 B군을 넣은 부드러운 타원형 젤리며, 신맛 버전도 있다. 2017년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한 ‘박카스 아이스크림’은 타우린이 포함된 한정판 소르베였다. 현재 약국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주요 제품은 박카스D와 박카스F다.

박카스 제조 과정은 정확한 공정은 기업 비밀이지만 기본 흐름은 알려졌다. 타우린, 카페인, 비타민 B군(티아민질산염, 리보플라빈포스페이트나트륨, 피리독신염산염), 설탕 등을 물에 녹여 혼합한다. 여기에 향료와 소량의 알코올(용해용, 약 1ml)이 첨가돼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혼합액은 살균 과정을 거쳐 갈색 유리병에 충전되고, 뚜껑으로 밀봉된다. 과거엔 방부제가 들어갔지만 2011년 소비자 요구로 제거됐다. 높은 산도가 자연 방부 역할을 한다.

박카스의 경쟁사는 광동제약 비타500, 타이쇼제약 리포비탄D, 삼성제약 박탄F 등이다. 비타500은 카페인 없이 비타민 C를 내세워 일반음료로 접근성을 높였다. 리포비탄D는 박카스의 원형으로 지목되며 타우린 1000mg과 카페인 50mg으로 더 강한 각성 효과를 준다. 박탄F는 타우린 1000mg에 디자인 유사성으로 논란이 됐지만, 2018년 소송에서 삼성제약이 승소했다. 박카스는 타우린 함량(D는 2000mg, F는 1000mg)과 약국-편의점 유통의 이중 전략으로 차별화됐다. 특히 60년간 쌓인 브랜드 인지도와 광고의 감성적 접근은 경쟁사 대비 강점이다.

박카스의 매출은 어마어마하다. 2015년 국내 제약사 단일 품목 중 최초로 연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더니 2019년부터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후 현재까지 3000억 원대 연매출을 유지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피로회복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박카스는 특이한 방식으로 유통된다. 2013년 3월 옛 동아제약이 분할되면서 동아제약과 동아에스티가 신설됐는데, 동아제약이 내수와 베트남 시장을 맡고 동아에스티가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박카스를 수출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동아제약이 국내에서 기록한 박카스 매출은 26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는 2023년 2620억 원에서 61억 원이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약국용 박카스D와 편의점용 박카스F 모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과 견줘 박카스D의 매출(1411억 원)은 2.2%, 박카스F 매출(1270억 원어치)은 2.5% 성장했다.

박카스의 내수 매출은 2014년 1865억 원에서 10년 만에 43.8% 증가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담당하는 수출 부문도 반등했다. 2022년 957억 원에서 2023년 710억 원으로 감소했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836억 원으로 17.7% 증가하며 다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캄보디아에서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캄보디아에서 캔 제품으로 팔리는 박카스는 이미 국민음료로 자리 잡았다. 인구 대비 한국보다 박카스가 많이 팔리는 나라가 캄보디아다. 2009년 캄보디아 시장에 진입한 박카스는 첫해 26만 캔을 판매했는데, 2011년에는 1978만 캔으로 급성장했다. 경쟁 제품인 레드불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기준 캄보디아 내 박카스 매출은 6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2023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연간 1억 캔 이상 판매되며, 인구 1400만 명 중 1인당 약 8캔을 소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박카스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산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도 박카스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캄보디아가 차지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팔리는 캔 박카스. / 동아제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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