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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9일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주가 부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반도체, AI,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고,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라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도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정하다. 발표된 전략이 구체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대형 인수합병(M&A) 성사 여부, 미국발 관세 리스크, 신사업 확장의 현실성 등이 대표적이다.
HBM3E 12단 2분기 출시…격차 해소는 과제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부터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력과 제품 신뢰도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과정에서 납품 지연을 겪으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영현 부회장은 "HBM4와 커스텀 HBM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기술력 회복을 자신했지만, 문제는 속도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경쟁력을 끌어올려도 시장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AI 반도체 경쟁에서 삼성이 어떻게 반등할지가 향후 주가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M&A 선언…이번엔 다를까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대형 M&A 추진 의지를 밝혀왔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는 더 의미 있는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반도체 분야에서의 M&A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규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Harman) 인수 이후 굵직한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고, 퀄컴은 NXP를 인수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의미 있는 M&A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구호에 그칠지 주목된다.
미국 관세 장벽…삼성도 영향권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관세 장벽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반도체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외국 기업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품 규제를 확대할 조짐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활용해 관세 장벽을 극복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세 부담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봇·메드텍·전장…미래 먹거리 확보는 숙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로봇, 메드텍(의료기기),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등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한종희 부회장은 "로봇 AI와 휴머노이드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테슬라, 구글,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메드텍 분야도 필립스, GE헬스케어, 지멘스 등이 장악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차별성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냉난방 공조(HVAC) 사업 역시 기존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로봇과 메드텍 시장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다. 주가는 말이 아니라 실적으로 움직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실질적인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또한 신사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의욕 넘치는 삼성'이 '실행력 강한 삼성'으로 변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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