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지난해 역성장에 직면했던 종근당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올해는 사뭇 달라졌다. ‘5대 전통제약사’ 중에서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쪼그라들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세 가지’ 호재를 통해 실적 반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5864억원, 영업이익 994억6154만원, 당기순이익 1108억1175만원을 거뒀다.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59.7%, 48.1% 감소하며 5대 전통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CKD-510’의 임상 진입, 케이캡 공백 대체, R&D 드라이브 등의 호재가 제대로 적용한다면 지난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들이 해소되면서 올해 호실적의 배경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지지부진 CKD-510, 올해 임상 시작하나
가장 먼저 주목받는 건 ‘CKD-510’이다. 2023년 종근당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CKD-510은 HDAC6(히스톨 탈아세틸화 효소6) 선택적 억제제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HDAC6 관련 질환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노바티스의 CKD-510 개발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파트너사 노바티스는 지난 3년간 초기단계(임상 1·2상) 프로젝트 중 40%를 중단했지만 CKD-510은 중단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노바티스가 심혈관질환 적응증 개발 계획을 상반기 내 공개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CKD-510은 2023년 노바티스로 기술수출했던 당시 선급금으로만 1000억원을 수령하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노바티스가 적응증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떨어졌다. 지난해 실적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도 CKD-510의 임상이 지지부진한 점이 거론된 바 있다.
종근당이 국내 상위 제약사 중 가장 저평가된 기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노바티스의 CKD-510 개발 계획이 미공개였던 데다가, 이익 성장 정체는 현재 밸류에이션에 반영돼 있지 않고 CKD-510의 가치도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케이캡 빠진 자리, 고덱스·펙수클루로 ‘초과회복’ 도모
신규 품목의 공동판매 전략에 나선 점도 긍정신호가 켜지는 이유가 된다. 종근당은 셀트리온제약의 간질환 치료제 ‘고덱스’와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신규 품목으로 도입했다. 고덱스는 지난해 초부터, 펙수클루는 지난해 6월부터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또 다른 실적 하락의 원인이었던 케이캡의 공백을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된 케이캡의 매출은 1376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6694억원의 8.2%를 차지했다. 신규 2개 품목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1268억원으로 케이캡의 빈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특히 신규 품목 매출이 분기별로 꾸준히 성장 중이라는 점이 희망적이다. 신규 품목 매출은 1분기 88억원에서 2분기 219억원, 3분기 457억원, 4분기 504억원으로 우상향했다. 비교적 고마진이었던 케이캡의 계약 종료에도 두 품목이 매출 하락을 상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주요 품목인 전문의약품도 고덱스·펙수클루와 함께 매출 성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의 캐시카우인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아토젯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367억원·10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15.4% 증가하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희비 가른 신약, 시흥에서 제대로 만든다
연구개발(R&D)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지난달 20일 시흥시가 추진해 온 시흥시 경제자유구역 배곧지구 국가 바이오 산업 선도 제약기업 유치 공모에서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 단지 조성 계획’을 제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종근당은 배곧지구 투자를 통해 기존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까지 R&D 및 생산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배곧지구에는 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시설은 대부분 합성의약품 부문이다.
이 또한 지난해 실적의 희비를 갈랐던 신약개발 성과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5대 전통제약사의 연간실적을 살펴보면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은 신약에서 결실을 거두면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GC녹십자와 종근당은 신약에서 마땅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만 배곧지구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는 게 종근당의 설명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제시한 적은 없고 지금은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번에 선정된 건 우선협상대상자며, 해당 단계에서는 오픈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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