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안 분석보고서 내고 '권고'…"이사회 규모 과도하면 기능 마비 우려"
"자회사 순환출자 통한 영풍 의결권 제한, 모범적 거버넌스 관행과 모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송은경 기자 =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정한 '이사 수 상한 설정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면서도 현 이사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모두 ISS가 자기편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전날 기관투자자들에게 고려아연 정기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먼저 고려아연이 자회사를 동원한 순환출자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한 것에 대해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만, 모범적인 거버넌스 관행과는 모순된다"며 "이사회 결정에 대한 결제와 균형이 회복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SS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총에 올린 ▲ 이사 수 상한 설정 ▲ 분리 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상향 ▲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 배당기준일 변경 ▲ 분기배당 도입 등 정관 변경안에는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특히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고려아연 측이 상정한 '이사 수 상한 설정'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ISS는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은 이사회 기능 마비와 의사 결정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ISS는 MBK·영풍 측이 추천한 17명의 이사 후보 가운데 김광일, 권광석, 손호상, 정창화 후보 등 4명은 찬성하고, 나머지 13명은 반대했다.
ISS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경우 이사회에 견제 세력 진입을 보장하기 위해 추천 후보 수는 4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7명의 이사 후보에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현 감사위원인 권순범·이민호 후보의 감사 선임 의안에도 반대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변수는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번 정기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MBK·영풍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법원 판결이 정기 주총일 전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지난 7일 법원 결정에 따라 핵심 안건인 신임 이사 선임 투표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MBK·영풍은 "ISS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최윤범 회장 측 불법적인 행동들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고려아연 거버넌스가 훼손됐음을 확신하고 있다"며 "여러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ISS의 권고에 따라 영풍·MBK 측 이사 후보들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도 MBK·영풍을 제외한 모든 주주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대해 지지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MBK·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기업의 껍데기만 남기고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norae@yna.co.kr
dkkim@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