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소 수입 압박에 구제역까지"…시름 깊은 고령 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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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국 소 수입 압박에 구제역까지"…시름 깊은 고령 우시장

연합뉴스 2025-03-19 11:17: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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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농민 "아들이 한우농가 물려받길 원하는데, 하지 말라고 말렸다"

긴장감 속 우시장 출입까지 '삼중 방역'…방역복 입고 송아지 경매

구제역 확산 긴장감 속 열린 고령 우시장 구제역 확산 긴장감 속 열린 고령 우시장

[촬영 윤관식]

(고령=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소 키우는 사람이 소를 안 살 수 없으니 고민, 고민하다 나왔습니다."

19일 오전 8시께 경북 고령군 우시장.

전남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닷새째에 열린 이곳 우시장에는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우시장은 이날 경매를 위해 전날 방역소독을 마쳤다.

이상돈 고령성주축협 경제본부장도 방역복을 입고 우시장 출입 통제에 나섰다.

이 본부장은 "축협 관계자가 직접 방역복을 입고 우시장 출입을 통제해야 소 운송하시는 분들과 상인분들의 소독 방역을 철저히 점검할 수 있다"며 "이동 경로가 명시된 농장 소독 확인증, 거점 소독 필증 등 방역 증명이 되지 않으면 우시장 입장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시장 입장은 거점 소독 시설에서 차량 방역과 개인 방역을 거쳐 소독 필증을 제출하고, 우시장 입구에서 한 번 더 방역소독을 해야 했다.

방역필증을 제출하지 못한 차량은 우시장 입구에서 차를 돌렸다.

고령 우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독 시설 고령 우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독 시설

[촬영 윤관식]

이날 경매 대상은 생후 7∼8개월 된 송아지.

방역복을 입은 축협 직원들이 날뛰는 송아지들을 우시장으로 이끌었다.

한 축협 직원은 "방역복을 입고 일하려니 불편하지만, 철저한 방역으로 우시장이 열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에서 소를 키우는 조현돌(70)씨는 "이번에, 농장에 있던 소들을 출하해서 송아지 10두 정도를 사러 왔다"며 "구제역 상황 속에서도 우시장이 열려 우리 같은 농가들이 소를 사야 축산업이 돌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제역과 미국의 30개월 이상 소 수입 압박 등 이래 걱정, 저래 걱정이다"라며 "아들이 한우 농가를 물려받길 원하는데,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고령 우시장 고령 우시장

[촬영 윤관식]

경매가 시작되기 전 220마리의 송아지들이 우시장 안에 가득 찼다.

송아지들이 자리를 잡자 상인들의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

장내 방송으로 방역복을 필히 착용하라는 안내가 연신 흘러나왔다.

상인들은 장내에 비치된 방역복을 입은 후에야 송아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송아지 2마리를 경매에 내놓은 이시찬(72)씨는 "우시장에 오려고 하니, 백신 접종이 필수라고 해서 급하게 백신 접종을 했다"며 "약을 구하려고 하니, 전라도에 약이 다 갔다고 해서 이번 주 금요일에나 약이 들어온다고 해 수소문해 약을 구했다"고 말했다.

방역복 입고 진행되는 송아지 경매 방역복 입고 진행되는 송아지 경매

[촬영 윤관식]

고령에서 소를 키우는 전희철(58)씨는 "백신 접종을 했었는데, 나라에서 또 접종하라고 하니 소들도 스트레스가 많다"며 "소를 키우는 사람이 소를 안 살 수 없으니 고민, 고민하다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경매가 시작되자 긴장된 분위기 속에 경매 열기가 더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진행되는 경매에 상인들의 손이 바빠졌다.

한 마리당 수초 이내에 경매가 이뤄지고, 판매된 송아지에는 낙찰 스티커가 붙었다.

낙찰된 송아지 낙찰된 송아지

[촬영 윤관식]

우시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우사에서는 백신접종이 한창이었다.

공수의사가 백신 주사기를 들고 우사로 들어가자 소들이 혼비백산했다.

자칫 사람은 물론 소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공수의사는 노련하게 백신 접종을 이어갔다.

조홍기 고령군 위촉 공수의사는 "하루에 공수의사 4∼5명이 1인당 200여두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며 "긴급접종인 만큼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원 고령군 가축방역팀장은 "한우 농가들이 사룟값 상승과 솟값 하락으로 어려운 시기에 구제역으로까지 고통받지 않도록 고령군도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령서 구제역 백신 긴급 접종 고령서 구제역 백신 긴급 접종

[촬영 윤관식]

경북은 소 사육이(1만7천779호 76만5천두) 전국에서 가장 많고 돼지 사육도(639호 127만2천두) 전국 4위 규모다.

경북도는 전남 한우 사육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구제역 방역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상반기 백신 일제 접종을 앞당겨 실시하고 우제류 사육 농가 및 도축장 등에 대한 소독과 예찰을 강화했다.

소규모 농가에는 축협의 공동방제단 등 차량(137대)을 지원해 집중적으로 소독한다.

축산농가에는 행사와 모임을 금지하고 농장 출입 시 가축, 사람, 차량 등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대구시 또한 방역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며 백신 일제 접종 시기를 앞당겼다.

오는 31일까지 소·염소 농장 902곳에서 사육 중인 소 2만4천765마리, 염소 2천442마리 등 모두 2만7천207마리에 대한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는 백신 접종 여부 확인을 위해 백신 접종 후 항체 양성률 모니터링 검사를 하는 한편 항체 양성률이 소 80%, 염소 60% 미만인 부적합 농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구제역 백신 접종하는 소 구제역 백신 접종하는 소

[촬영 윤관식]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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