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초기에는 주황색이 아니었다?···달콤한 당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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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더봄] 초기에는 주황색이 아니었다?···달콤한 당근 이야기

여성경제신문 2025-03-19 11:00:00 신고

김밥, 카레, 볶음밥 등에 자주 사용되는 당근은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이다. 아이들은 흙냄새나 풀 향이 난다며 당근이 싫다고 골라내는 경우가 많다. 흔하고 값싼 재료로 여겨졌던 당근도 요즘 시장가격이 만만치 않다. 당근이 열량이 낮은 건강미용식으로 인식되면서 당근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전설적인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건강한 식습관을 중요시해 당근 주스나 샐러드를 자주 먹었다고 알려져 있고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아이콘인 그레이스 켈리도 당근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당근은 비타민 A, 비타민 C, 식이섬유, 칼륨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여 눈 건강, 피부 건강, 면역력 강화, 소화 개선, 심장 건강 등 여러 면에서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당근을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 증진뿐 아니라 실제 미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용과 건강에 좋은 당근 /픽사베이
미용과 건강에 좋은 당근 /픽사베이

고대 로마 시대 약용으로 사용했던 당근

당근은 약 5000년 전 중앙아시아(오늘날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처음 식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생 당근은 처음에는 식용보다는 약용으로 주로 사용되었고 당시 당근은 우리가 아는 주황색이 아닌 보라색, 흰색, 노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이었고 뿌리는 가늘고 단단해서 지금처럼 달고 부드럽지 않았다.

기원전 1000년경, 중동과 지중해 지역으로 당근이 전파되어 널리 퍼지면서 당근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당근을 소화 개선, 독소 제거를 위한 약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시기의 당근은 맛이 썩 좋지 않아 뿌리를 요리해서 먹기보다는 주로 잎과 씨앗을 약재로 이용했다.

네덜란드에서 주황색 당근으로 변신

보라색,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초기 당근 /픽사베이
보라색,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초기 당근 /픽사베이

초기 당근은 보라색, 흰색, 노란색 등 색이 다양했다. 네덜란드에서 농부들이 노란색과 붉은색 품종을 교배하여 주황색 당근으로 개량하여 보급하면서 지금의 주황색 당근으로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국가를 상징하는 색은 주황색으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유니폼도 오렌지색이고 네덜란드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킹스데이(King’s Day)에도 온통 오렌지색이 거리를 물들인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을 ‘오렌지군단’이라고 할 만큼 네덜란드 국민이 오렌지색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오라녜 왕가(House of Orange-Nassau)’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전쟁을 할 당시 국민은 독립군 지도자인 빌럼 1세(오라녜 공)를 지지했다. 이 오라녜 왕가를 상징하는 색이 바로 오렌지색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네덜란드에서는 주황색 당근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 주황색 당근이 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지금의 주황색 당근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주황색으로 당근이 대중화되었다. /픽사베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주황색으로 당근이 대중화되었다. /픽사베이

당근은 단맛이 나는 채소로 설탕을 대체하기 위한 재료로도 사용되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은 독일 공군(루프트바페)과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면서 새로운 레이더 기술 개발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당근을 많이 먹어서 야간 시력이 뛰어나다!"라는 정보를 퍼뜨려 전쟁 중 부족한 설탕을 대치하기 위해 당근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쓰기도 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유럽을 정복하려 할 때 심각한 설탕 부족 사태를 겪게 되자 설탕을 대체하기 위해 당근을 사용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당근 요리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달짝지근하고 아삭한 질감의 당근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당근 라페(Carottes Râpées)라고 하여 채를 썬 당근을 올리브 오일, 레몬즙, 머스터드(겨자),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요리가 있다. 요즘 한국의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다이어트 샐러드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먹고 있는 요리가 되었다.

인도에서는 가자르 할와(Gajar Ka Halwa)라는 당근 푸딩을 만들어서 디저트로 즐기고 있다. 강판에 간 당근을 우유, 설탕, 기(인도식 버터), 견과류와 함께 오랜 시간 졸여서 만드는 달콤한 푸딩으로 겨울철에 특히 많이 먹는다.

모로코에서는 삶거나 구운 당근을 커민, 고수, 계피, 올리브 오일, 마늘, 레몬즙 등으로 버무려 만든 당근 샐러드를 즐겨 먹고 일본에서는 킨피라 닌진(金平人参)이라는 얇게 채 썬 당근을 간장, 미림, 설탕과 함께 볶아 만든 일본식 반찬 요리가 있다. 보통 우엉과 함께 도시락 반찬으로도 자주 먹는다.

세계의 다양한 당근요리 /픽사베이
세계의 다양한 당근요리 /픽사베이

당근을 골라내고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당근 요리에 도전해 볼까 한다. 자극적인 단맛에 길든 우리의 입맛을 은은하고 달큰한 당근의 단맛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잠깐의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은은한 단맛으로 식탁을 바꾸다 보면 어느새 건강과 아름다움이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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