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투자재원 마련 방안으로 2조원대 유상증자를 택하면서 소액주주들과 시장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식수는 1182만1000주로, 예정발행가는 16만9200원, 증자 비율은 16.8%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4월 18일이며, 5월 22일 발행가액이 확정된다. 5월 27일∼6월 3일 우리사주조합, 구주주, 일반공모 순으로 청약 과정을 거친 후 6월 19일 신주 상장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 성장 전망과 함께 시설투자에서 양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배터리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발표한 지난 14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18일에는 19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 25일 49만450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1년새 61.42%나 주가가 하락했다. 현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3월 19일 기준 18만원)으로 회귀한 수준이다.
삼성SDI의 총 발행주식의 61.72%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자금 조달의 부담을 주주들에게 떠넘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총 주식 수가 16.8% 증가하면,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율이 낮아진다. 이는 주당 가치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SDI의 지난해 말 기준 별도 이익잉여금은 8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투자 재원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SDI는 주주환원정책도 중단하면서 주주에게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주주환원정책도 지난 1월 3개년(2025~27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3년간 현금배당도 미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4년까지는 별도 당기순이익의 7`8% 정도를 배당으로 지급해왔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보유중인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 펀딩 방식을 취한 점은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환산한 장부가액은 약 9조87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보통 주식 증가에 따른 희석영향에 더해 동사의 자본적지출(CAPEX) 자금조달 방식 선택에 따라 이번 유증은 당분간 주가에 다운사이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낮은 밸류에이션(PBR 0.64배)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가령 삼성SDI가 중국 업체들 같이 PBR 3배에 증자했다면 5배나 많은 납입대금(10조원)이 유입될 것이다"며 "삼성SDI 입장에서 2조원 납입대금으로 충분하다면 (PBR 3배 가정시) 증자 비율 17%의 1/5인 3% 수준 희석화로 일반주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했을때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는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추가 방안은 여러모로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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