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전쟁범죄 감추나…납치된 우크라 아동 DB 삭제돼

트럼프, 푸틴 전쟁범죄 감추나…납치된 우크라 아동 DB 삭제돼

연합뉴스 2025-03-19 10:13:48 신고

3줄요약

ICC 기소에 쓴 증거 인멸…야당 "파괴적 결과" 항의

송환 어려워져 우크라·러 종전협상에 불똥 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예일대 연구자들이 구축했던 피랍 의심 우크라이나 아동 3만5천명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가 국무부의 지원 중단 조치 와중에 삭제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러시아의 전쟁범죄 행위를 입증하는 증거가 인멸되는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됐을 수 있다는 항의 서한을 장관들에게 보냈다.

WP에 따르면 국무부 지원을 받아 DB를 구축한 예일대 인도주의연구실(HRL)은 예고 없이 계약이 이미 종료된 상태라는 통보를 지난달 국무부로부터 받았다.

이에 따라 HRL이 면밀하게 수집해 구축해뒀던 우크라이나 출신 아동 3만5천명의 신원과 위치를 추적하는 사진, 문서 등 각종 정보가 삭제됐다.

이 DB는 우크라이나와 수단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의혹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충돌 관측소'(Conflict Observatory)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약 3개월 후인 2022년 5월에 이 프로그램을 여러 인권단체들과 연구기관들의 컨소시엄으로 출범시켰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충돌 관측소'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아동 납치 관련 정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이 고위 인사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에 증거로 사용됐으며, ICC는 2023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의 아동권리 담당 책임자인 마리아 르보바-벨로바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 관련 국제회의

(라트비아 리가 EPA=연합뉴스) 2024년 2월 1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 관련 국제회의 중 "어린이들의 직접 증언과 이야기" 세션의 모습. (EPA/TOMS KALNINS) 2025.3.19.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차장 직무대리로 임명한 피터 마로코 국무부 외국원조국장은 지난달 국무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프로그램을 세금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으며, 이를 포함한 프로젝트 수천건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WP는 DB 삭제 사태에 관해 브리핑을 받은 연방의회 의원들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레그 랜즈먼(민주·오하이오) 하원의원 등은 서한에서 "보관소에 있던 데이터가 영구히 삭제됐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장관들에게 경고했다.

설령 DB에 있던 정보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심각하다.

수집 과정에서 꼼꼼하게 관리됐던 데이터의 무결성 입증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포렌식 증거로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 연구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무능이든 고의든, 3년간 2천600만 달러(380억 원)의 납세자 돈이 투입된 전쟁범죄 증거의 유효성이 의심받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WP는 DB 삭제 여부나 무결성 상실 여부에 관해 국무부 관계자와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개발센터들을 관리하는 비영리기구 미터(MITRE) 관계자에게 각각 문의했으나, 양측 모두 답변을 거부하면서 각각 상대편에게 답변 책임을 미뤘다.

WP는 이번 DB 삭제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실종된 아동들을 러시아 측이 되돌려보내야 하며 납치 관련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내용은 휴전 합의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문제에 대해 휴전 협상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이슈라고 최근에 발언한 바 있다고 WP는 전했다.

지워진 USAID 간판

(워싱턴DC AFP=연합뉴스) 2025년 3월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정부기관 청사 중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 빌딩의 간판에서 여기 입주해 있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이름이 간판에서 지워져 있는 모습. (Photo by ROBERTO SCHMIDT / AFP) 2025.3.19.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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