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승훈 기자] <편집자주> '새로운 대한민국을 묻다' 편집자주>
2024년 12월 내란사태와 탄핵으로 대한민국이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폴리뉴스는 전문가들과 정치, 경제, 국제관계 등 각 분야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이를 담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묻다’ 시리즈를 연속 보도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전 원내대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에 이어 열 번째 순서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월 10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새로운 대한민국을 묻다 10편] 김능구 대표와의 '스페셜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의 북미 관계에 대해 과거 '하노이 노딜'을 감안하면 쉽지 않겠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최 교수는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반동맹주의자들의 주장'이라며 날을 세워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패싱' 되더라도 북미 대화 재개가 더 중요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다음 수순은 '북미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관계를 다시 재구축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여러 차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지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비핵화' 보다 '핵동결'과 같은 '스몰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한국을 '패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종건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북 레버리지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패싱을 우려하는 것은 결국 북미 대화를 반대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내내 북한과 대립각을 세운 상태라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는 만큼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이 패싱 되더라도 북미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북미회담을 통해서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그게 우리한테 왜 나쁜가"라며 "북한과 일본도 대화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북미관계, 한국 역할 제한적.. 북러 밀착도 변수"
최 교수는 지난 트럼프 1기와는 구조적으로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하면서 4·27 판문점 선언이 이뤄졌다"며 "이후 6월 12일에 싱가포르 북미회담이 성사됐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거쳐 2·28 하노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즉, 당시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투트랙으로 진행됐고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국 정상이 전면에 나서 국면을 이끌어 갔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그 역할을 할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달라진 것도 변수로 제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냉전이 고착화되면서 북한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로 돌파구를 찾았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 보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이에 최 교수는 "과거에는 김정은의 결심, 트럼프의 결단으로 북미회담이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트럼프가 아무리 유화 메시지를 보내도 김정은이 섣불리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오는 5월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 북한이 외교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 교수는 진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남북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은 진보 정부에 대한 배신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있을 것"이라며 "정권의 연속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한동안 외국처럼 적대국으로 대응한다는 생각과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2017년 당시에도 앞서 이명박, 박근혜 9년간의 남북 관계 단절 시간이 있었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 북한이 문을 열고 나왔다"며 "결국은 차기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느냐가 중요할 텐데 기본적으로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었던 남북 간의 군사 합의 정도는 복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체 핵무장은 북한의 길.. 반동맹주의자들의 주장"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을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는 '자체 핵무장'에 대해 최 교수는 "심하게 나무라고 싶다"며 "안 되는 이유가 최소한 10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여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것'이라며 핵무장론, 핵자강론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등록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북한의 핵 개발 논리는 핵을 핵으로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의 핵을 막기 위해서 핵을 개발해야 된다는 논리인데 그러면 북한의 선택이 결국은 전략적으로 매우 이성적이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도 주장했던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동맹을 의심하는 반동맹주의자들의 주장이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핵무장을 위해서는 NPT를 탈퇴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우며 고농축 우라늄 재처리 시설을 만들 공간도 없고 핵실험을 할 수도 없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했다.
"비상계엄, 대한민국 성취 모두 무너뜨려" "헌법 가치 기반 외교해야"
최 교수는 12·3 비상계엄이 그간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를 모두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근간은 민주주의다. 대한민국 경쟁력의 근간도 따지고 보면 민주주의"라며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의 대외 매력도와 대외 신용도는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 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해외 정상회담, 다자회담에 가면 유럽의 선진국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찬사를 보냈다"며 "유럽의 어떤 정상은 같이 사진 찍고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싶다며 문 대통령을 3분만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비상계엄으로 일시에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 교수는 <헌법의 힘, 외교의 길> 이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외교는 헌법의 가치를 잘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헌법의>
그는 "헌법의 가치란 기본적으로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고, 민주주의 가치 하에 국민을 위하는 외교를 하는 것"이라며 "경제 안보 위기 시대에 미래 먹거리, 착실히 찾아가는 외교, 경제 다변화의 모습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우선시하는 외교"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상식과 순리의 테두리 안에 있는 국가의 정책이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외교관으로서 혹은 전문가로서 헌법의 가치를 지킨다. 헌법의 가치는 세 가지다. 한반도 평화, 국제 평화 그다음에 우리 국익이고, 역사적 정통성을 지킨다. 그런 식으로 가고 상식과 순리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74년 서울 출생으로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정치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조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정책자문위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 및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대미 외교 전문가이다.
[최종건 교수 폴리뉴스 인터뷰 전문]
▲ 김능구> 마지막 주제로 북미 관계다.
△ 최종건> 제일 어려운 거다.
▲ 김능구> 한반도 정세. 많은 분들이 진보든 보수든 북미 관계가 진전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거기에서 한국 패싱이 가장 우려될 거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 시절에서는 그래도 그쪽에서도 경청하고 귀 기울이고 여러 가지 정보라든지 도움을 줄 정도의 우리가 그걸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다고 들었다. 그래서 패싱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거 아닌가.
△ 최종건>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패싱을 걱정하는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아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북 레버리지도 하나도 없으면서 '우리가 소외되면 어떡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북한하고 미국하고 대화하지 말라는 얘기다. 패싱이 중요한가, 아니면 북미 대화가 중요한가? 저는 북미 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또 다른 역설이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남짓 동안 북한을 저렇게 대했고, 북한도 우리를 이렇게 막 대한 상황에 미국이 우리 얘기, 전략적인 판단을 들을 여지가 없다. 쉽게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않지만 저는 2017~2018보다 더 상황이 어렵다고 보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패싱을 걱정한다는 것은 밥도 짓기 전에 밥이 타버리면 어떡하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마차를 말 앞에다 세워놓고 "말아, 마차보다 먼저 가지 말아라."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북미회담을 통해서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그게 우리한테 왜 나쁜가? 그렇지 않은가? 북한하고 일본하고도 대화해야 된다고 본다. 2017~2018년처럼 그렇게 진행이 안 될 거다. 왜냐하면 구조적으로 너무 다르다. 하나는 2018년도에는 우리가 남북 관계의 선순환으로 북미 관계를 돌렸다. 굳이 말씀드릴 필요도 없겠습니다만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하면서 우리가 4·27 판문점 선언으로 간 거 아닌가? 그걸 받아서 6월 12일에 싱가포르 북미회담으로 간 거고, 9·19 그다음에 2·28 하노이로 간 거다. 즉,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앞서거니 간 거고, 두 번째는 톱 다운 어프로치가 가능했다. 문재인 대 김정은, 문재인 대 트럼프, 트럼프 대 김정은이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시기. 우리가 거간을 해줬던 거다. 그런데 지금은 소위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김정은은 대한민국하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 공백을 누가 채웠냐면 푸틴이 채웠지 않은가? 김정은이 푸틴에게 전략적 결정을 통해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은 나머지 우크라이나에 파병까지 해주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트럼프와 푸틴은 대화를 한다. 두 번째는 그렇기 때문에 푸틴이 등장한 거다. 우리 때는 푸틴은 우리를 지지해 줬다, 남한을. 그러니 18년 때처럼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고, 그때는 김정은의 결심, 트럼프의 결단으로 북미회담이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트럼프가 아무리 플러팅 메시지를 보내고 해도 명확한 선결제 없이는 김정은이 결단할 거다. 한 번 세게 당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다.
▲ 김능구> 하노이 노딜이···
△ 최종건> 미국식 표현으로 얘기하면 회담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제가 제일 걱정하는 건 북한 내에 존재하는 트럼프 최고 전문가는 김정은이다. 왜냐하면 세 번을 연속으로 만났지 않은가? 싱가포르에서 만나고 하노이에서 만나고 그다음에 판문점에서도 만나고 수십 통의 서한을 교환했었고, 그러니까 북한의 외무성이나 북한의 노동당에서 "위원장님, 만나야 됩니다. 만나실 수 있습니다."라고 어디 감히 제안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남은 건 김정은의 결단인데 그 결단을 누가 뺄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이다. 그래서 소위 남한 패싱론은 너무 럭셔리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 김능구> 어쨌든 간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뉴클리어 파워에 대해서 인정하는 발언을 해서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한미일 거기에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되는가?
△ 최종건> 뉴클리어 파워라는 발언을 했고, 그것은 '북한이 핵 가지고 있잖아.'라는 그 현상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보는 것이지 그것이 소위 뉴클리어 파워스테이, 즉 핵을 보유한 공식 국가라고 인정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게 트럼프다운 것 같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을 약간은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 주는 선인 것이지 공식 무기 국가라고는 인정 안 해 준 것 같다. 두 번째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 김능구> 일본이 집어넣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 최종건> 일본인 것 같고, 그게 결국은 무슨 뜻이냐면 그러면 한반도 비핵화는 노태우 정부에서 만든 용어이고, 북한도 우리도 국제적으로 통용 용어인데 정말 대북 정책의 함수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도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면 "너 핵 가지지 마. 포기해. 우리도 안 가질 거야."라는 뜻이다. "우리 없어. 평화적으로 이용할 거야." 이런 뜻인데 앞으로 제 생각에는 용어의 변경이 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김능구> 용어의 변경이 와야 된다?
△ 최종건> 그렇다. 다시 한반도 비핵화로.
▲ 김능구> 핵무장에 대해서 교수님은 아주 강하게 비판하더라.
△ 최종건> 그건 심하게 나무라고 싶다. 안 되는 이유가 최소한 10가지가 있다. 그러면 북한이 옳았다는 뜻인가? 북한의 핵 개발 논리는 핵을 핵으로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의 핵을 막기 위해서 핵을 개발해야 된다는 논리인데 그러면 북한의 선택이 결국은 전략적으로 매우 이성적이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왜 증명시켜 주는가? 두 번째는 소위 윤석열 정부도 주장했던, 복음처럼 여겼던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정말 우리는 못 믿는가? 그러면 그 사람들은 정말 동맹을 의심하는 세력들로서 반동맹주의자들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 근간을 흔드는 거다. 세 번째는 대한민국의 외교 정통성을 허물겠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NPT를 탈퇴하고 핵을 개발한 국가는 북한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가 북한의 길을 가겠다는 건가? 네 번째, 한미 원자력 협정은 어떻게 할 건가? 우리나라에 24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거기서는 다 우라늄을 통제받고 있는데 그건 어디서 가져올 건가? 그러면 그 원자력 발전소를 다 셧다운 시켜야 되는데 그러면 우리는 북한처럼 단전이 지속적으로 되는 나라가 될 건가? 더군다나 그러면 국제 제재 받을 거 아닌가? 핵폭탄 때문에 우리 경제를 말아먹겠다는 건가? 그러면 우리 청년 세대들은 어떻게 할 건가? 그리고 그거 어디에다가 재처리 시설을 만들 건가? 고농축 우라늄 시설은 재처리 시설이 상대적으로 작다. 재처리 시설은 어마어마하게 커야 된다. 연세대학교 캠퍼스 반 정도 돼야 된다. 참고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넓이가 여의도 2배만 하다. 그리고 거기에 빌딩이 298동이 있다. 생활시설 포함해서 고농축 우라늄 시설, 재처리 시설, 삼중수소 생산 시설이 있다. 그런데 재처리 시설이 가장 크다. 그러니까 최소한 여의도 면적의 2배 만한 부지를 우리가 확보할 수 있겠는가? 방폐장 건설하는 데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다 지나서 마지막으로 어디서 핵실험 할 건가? 시뮬레이션 돌리면 된다고 하는 건데 이분들이 주장하는 핵무장은 남한테 과시하기 위해서 아닌가? 몰래 개발해서 몰래 숨겨놓은 핵무기를 우리가 왜 개발하는가? 그러면 그거 서해바다에서 터트릴 건가? 남해바다에서는 못 터트린다. 동해바다, 러시아하고 중국, 북한 앞바다에서 터트릴 건가, 일본도 있는데? 산속에 숨겨놓고 할 건가? 북한은 자기 핵실험장이 산속 깊은 곳에 있어서 풍계리에 터뜨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서 하는가? 매우 비현실적이고 선동적이라고 본다.
▲ 김능구> 신냉전 시대다. 한미일 그다음에 북중러, 이러는데 트럼프가 들어오면서 푸틴하고 저러다 보니까 이 자체도 뭔가 혼동이 일어나는 것 같다.
△ 최종건> 외교 현장은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서 움직이더라. 우리는 평창 올림픽이 되게 중요한 계기였는데 5월 9일이 러시아의 승전일이다. 그런데 작년에 푸틴이 김정은을 초청했다, 모스크바로 오라고. 그래서 보도상으로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종전을 과도하게 푸시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전승절에 가고 싶다는 거다. 그러니까 그 계기 때, 다다음 달 5월에 모스크바에서 어떤 일이 발생 될지 우리가 주목해야 된다.
▲ 김능구> 트럼프 노벨평화상도 그냥 그것만은 아니다. 만약에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 최종건> 글쎄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우리 대통령 대단하다고 느낀 건데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은 대통령님이 가지십시오. 평화는 우리가 갖겠습니다." 그랬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봤지? 문재인 대통령이 나 노벨상 받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겁니다.
▲ 김능구>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한테 많이 배웠다. 수십 번 보다 보니까.
△ 최종건> 두 분이 어마어마하게 논쟁을 하기도 하였으나, 특히 북한 문제에 관련해서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상황 평가하고, 전략 짜고 그리고 역할 분담 같은 걸 잘하셨다.
▲ 김능구>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걸 해도 굉장히 잘 팔릴 것 같다.
△ 최종건> 책 썼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라고. 변방에서>
▲ 김능구> 거기 보면 그런 게 다 나오는가?
△ 최종건> 그렇다. 문 대통령님의 육성으로 된 증언이 나온다.
▲ 김능구>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2국가로 간주하고 윤석열 대북 강경 정책으로 일관했는데 지금 북한의 생각은 뭔가?
△ 최종건> 그 생각 그대로인 것 같다. 소위 진보 정부에 대한 배신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있을 거다. 기본적으로 김정은은 임기가 없다. 우리는 5년에 한 번씩 바뀐다. 그런데 그간의 패턴을 보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정부, 남한 정부는 이어달리기라는 게 없고, 정파와 정권에 따라 대북 정책에 부침이 많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돼?"라고 할 거 아닌가? 그러니까 이번에 물리적으로 아예 단절시킨 거다.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나 저는 한동안 어쩔 수 없다. 우리를 외국처럼 적대국으로 대응한다는 생각과 정책이 이어질 거라고 본다.
▲ 김능구> 변화하는 시점은 언제쯤이라고 보는가?
△ 최종건> 변화는 우리 남한 정부가 차기 정부가 됐든 어떤 정부가 됐든 우리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2017년 당시도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이명박, 박근혜 9년간의 남북 관계 단절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속적으로 북한을 관여한 나머지 북한이 문을 열고 나온 거다. 이를테면 차기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북한이 바로 오픈하고 난 다음에 "기다렸어, 이제 얘기하자."라고 하지 않을 거다. 결국은 차기 정부가 혹은 민주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느냐가 중요할 텐데 기본적으로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었던 남북 간의 군사 합의 정도는 복원할 수 있다고 본다.
▲ 김능구> 북한이 진보 정부뿐만 아니라 보수 정당도 사인을 바랄 것 같다. "너네 또 바뀌고 하면 골치 아프다, 너네 전부 다 합의하고 와.“
△ 최종건>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이 가지고 있는 남한에 대한 신뢰, 남한이 가진 북한에 대한 신뢰가 불신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남북 불신은 너무 높다.
▲ 김능구> 하노이 노쇼를 해결하려면 북한은 우리보다는 미국이 우선 과제니까 트럼프가 충분히 그 불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가?
△ 최종건> 그건 트럼프의 몫이다. 김정은의 판단이고, 거기에 대해서 발언하기보다는 우리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서 관여하고 대화하려는 시도와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실질적으로 할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인데 "너 북한하고 얘기할 때 우리 패싱하지 마. 우리 뒤통수 치지 마." 이러고 앉아 있는 꼴이 미국 입장에서도 말이 안 되는 거다. 지들은 얘기 못하면서. 그러니까 저는 그 패싱론에 대해서는 일종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인식적 사치라고 생각한다.
▲ 김능구> 제가 잘 몰라서 이야기하는데 미국의 정치에서는 항상 중동을 우선시 하고 그러고 나서 동북아시아였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트럼프는 달랐다. 예를 들면 오바마, 바이든 전부 다 전략적 인내만 했고 별 진전되는 게 없었다는 비판이 있지 않은가?
△ 최종건>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표현을 조심해야 되긴 하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그리고 북한에 대한 관여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저 나라와 평화를 이루면 자기에게 매우 중요한 성과가 된다고 느꼈고, 그걸 우리가 많이 키워준 거기도 하다. 왜냐하면 남북 관계 대화를 통해서 소위 TV 이미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줬지 않은가?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 남북 정상이 사인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한테도 '나도 그러고 싶어.'라는 여러 가지 시그널이 있었던 거다.
▲ 김능구> TV 쇼 진행자니까 그림이 중요하다.
△ 최종건> 그에게는 소위 이미지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능구>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 모아놓았을 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놓은 공이 다 무너진다, 이러고 반대했던 거 아닌가? 계엄이 우리나라 국제 신뢰도에 미친 영향은 어떤가?
△ 최종건> 마음이 아프다.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근간은 민주주의다. 대한민국 경쟁력의 근간도 따지고 보면 민주주의다. 왜냐하면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고, 우리가 사실 독재 국가가 아닌, 비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외 매력도와 대외 신용도는 높은 거였다. 2017~2018년도에 촛불 혁명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글로벌 민주주의의 새로운 스탠더드를 세웠다더라. 저희는 잘 몰랐는데 문 대통령님을 보좌해서 해외 정상회담, 다자회담에 가면 다들 유럽의 선진국들이 그렇게 우리를 칭찬해 주고, 찬사를 보냈다. 일종의 립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제가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으나 유럽의 어떤 정상은 문 대통령을 3분만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같이 사진 찍고, 같이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싶다고. 그게 지금 일시에 무너진 거다. 저는 외교 현장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감히 너희들이 우리한테 민주주의를 얘기해? 우리는 분단과 전쟁과 쿠데타와 독재를 겪으면서도 경제성장, 민주화, 다원화, 다변화를 이룬 나라야. 게다가 북한, 중국, 일본은 정권 교체라는 게 없어. 우리만 지금 주기적으로 정권 교체가 있는데 우리한테 감히 민주주의를 이야기해? 우리는 정말 민주주의가 탄탄하다."라고 얘기했는데 이번에 12·3 계엄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어려웠었나,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거냐는 거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이 국면을 빨리 슬기롭게 헤쳐 나가서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 김능구> 비상계엄 이후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쪽에서 보면 현재 윤석열 대통령 측에 상당히 비판적인 뉘앙스를 계속 풍겨왔다. 그럴 때 교수님이 인터뷰한 걸 보면 트럼프도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지금 부정선거 때문에 윤석열이 한국의 트럼프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트럼프가 구하러 올 것이다, 이런 말도 유튜브에 난리다.
△ 최종건> 그분들 좀 이상하신 것 같다. 미국이 실체가 있는데 자기네들이 생각하는 미국을 그려놓고, 혹은 자기네들에게 필요한 미국을 구성해 놓고 그게 현실이라고 믿는 것 같다. 제가 아는 미국 사람들, 미국 정책 혹은 전문가들은 저분들이 자기네 나라 성조기를 들고 그러한 극우적 데모를 하시는 것, 집회하는 것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탄핵 국면에 연루가 되는 것도 싫어한다. 왜냐하면 5·18 때 연루가 된 것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정말 싫어한다. 오히려 한미 관계를 해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좀 이상하다. 이해가 안 된다.
▲ 김능구> 미국에서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열리는데... 선거 전망을 하신다면
△ 최종건> 아직 예단하기 어럽다. 그러나 관세정책으로 시작된 무역분쟁이 지속되어 미국 경제가 침체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미국민들은 징벌적 투표를 할 것이다. 상하원 다수와 주요 경합주의 주지사들은 민주당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 김능구>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다시 우리 외교를 맡으셨다 했을 때, 뭐 국제정치학 전공하셨지만 이제는 외교가 국제, 정치, 경제, 통상 다 포괄적인 거다. 그랬을 때 아까 앞에 쭉 말씀해 주셨지만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우리 외교는 이렇게 가야 될 것 같다.'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최종건> 제가 이번에 <헌법의 힘, 외교의 길> 이라는 책을 냈다. 대한민국 외교는 헌법의 가치를 잘 지키면서 나가면 좋을 것 같다. 헌법의 가치란 기본적으로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고, 민주주의 가치 하에 국민을 위하는 외교를 하면 되는 거다. 경제 안보 위기 시대에 미래 먹거리, 착실히 찾아가는 외교, 경제 다변화의 모습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우선시하는. 그래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하는 외교,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다져가는 외교. 그래서 언제나 대한민국이 바쁘게 외교 중이었으면 좋겠다. 헌법의>
▲ 김능구> 오늘 인터뷰 중에서 우리나라의 산업이 공동화가 안 돼야 된다, 이 말씀이 상당히 저를 울린다.
△ 최종건> 감사하다.
▲ 김능구> 외교가 당당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제대로 풀지 못하면 엉뚱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이신 것 같다.
△ 최종건> 맞다. 그러니까 저는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은 분들을 취재하시고 아시겠지만 외교가 일부 전문가들의, 외교관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몰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결국에는 상식과 순리의 테두리 안에 있는 국가의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외교관으로서 혹은 전문가로서 헌법의 가치를 지킨다. 헌법의 가치는 세 가지다. 한반도 평화, 국제 평화 그다음에 우리 국익이고, 역사적 정통성을 지킨다. 이게 한일 외교에 중요한 거다. 그런 식으로 가고 상식과 순리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자기들만의 리그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니까 그게 좀 못 마땅하다.
▲ 김능구> 옛날에 노무현 때도 외교부에 미국파, 그게 논쟁이었는데 요즘 그건 없어졌는가, 아니면 여전한가?
△ 최종건> 덜해진 것 같다. 더해졌으면 좋겠다. 더 국적 있는 외교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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