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호 소설집 '세 평짜리 숲'·임경섭 시집 '종종'
[다산북스(다산책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마법 같은 언어 = 고은지 지음. 정혜윤 옮김.
"편지는 내가 머무는 곳이 어디든 그곳으로 엄마를 데려와 거듭거듭 엄마의 사랑을 베풀어준다."('번역에 관하여' 중)
'마법 같은 언어'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겸 번역가 고은지(37)가 한국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미국에서 생활하던 10대 시절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이민 2세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열다섯 살에 부모와 떨어져 홀로 미국에 남게 된다. 그의 아버지가 높은 연봉의 한국 대기업 임원 자리를 제안받으면서 부모님은 한국으로 건너갔다.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리던 이 시기 저자에게 유일한 위안이 된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였다.
책은 어머니가 보낸 편지들과 저자가 자신의 10대 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가 번갈아 실렸다.
고은지는 2017년 시집 '시시한 사랑'으로 플레이아데스 프레스 편집자상을 받았고, 2020년 '마법 같은 언어'로 워싱턴주 도서상,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AAAS 도서상을 받았다. 2023년 소설 '해방자들'로 젊은사자상을 차지했다.
다산북스(다산책방). 264쪽.
[자음과모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 평짜리 숲 = 이소호 지음.
가까운 미래, 하늘에 두 번째 달이 뜨면서 지구는 멸망을 향한다. 자전축이 무너진 지구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436시간이 되고, 빛이 쉬지 않고 내리쬐자 사람들은 밤을 더 일찍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다.
이소호의 연작소설집으로 이러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 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은 낮만 계속되는 땅 '데저트랜드'에 정착한 주인공 아진의 이야기다. 대기업이 만든 공간인 데저트랜드에서는 부유한 이들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호화로운 집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독성이 있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생활한다.
아진은 부유한 이들이 사는 집인 '반타빌리지'에 들어가기 위해 범죄조직에 들어가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아무리 돈을 모아도 자기가 입주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이소호는 2014년 '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소설 '나의 미치광이 이웃' 등을 펴냈다.
자음과모음. 160쪽.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종종 = 임경섭 지음.
"우는 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 울지 않는 종은 종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 종종 우는 종은 종종 종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중략) 자신의 몸을 때린 타인의 힘으로 / 종은 살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시 '종' 중)
종이 존재하는 이유는 소리를 내 우는 것이다. 그런데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종의 몸을 때려야만 한다.
시인은 7년 만에 펴낸 시집 '종종'에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과 그것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관찰한다. 그렇게 관찰한 것들을 언어의 유사성을 활용한 독특한 시어로 표현했다.
민음사. 140쪽.
jaeh@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