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이 18일 발표한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Top-down)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리스크로 인한 금융기관의 손실규모를 시나리오 경로별로 보면 무대응, 지연대응, 2℃대응, 1.5℃대응 등의 순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금감원·기상청이 기후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은·금감원(top-down)과 14개 국내 금융기관(7개 은행·4개 생보사·3개 손보사)이 양방향으로 기후 리스크의 영향을 평가한 결과다.
기후 대응정책 도입 강도, 정책 도입시기 변화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1.5℃ 대응(2050 Net Zero) △2℃ 대응 △지연대응 △무대응 등 4개 시나리오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1.5℃, 2℃ 대응의 경우 금융권(은행 7개사, 보험 7개사 기준) 예상손실 규모는 27조원 내외로 제한된다. 그러나 지연대응의 경우 급격한 탄소 감축에 따른 전환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인해 금융권 예상손실 규모가 약 40조원으로 증가하며 무대응 시엔 45조7000억원까지 확대된다.
한은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향후 기후 리스크는 은행‧보험사의 건전성과 금융안정을 훼손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기후 리스크 감축을 위해 은행은 신용손실에 대해, 보험사는 시장손실에 대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 보면 기후대응 정책 시행 시에는 철강, 금속가공제품, 시멘트 등의 업종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무대응 시에는 식료품, 음식점, 건설, 부동산 등의 업종에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은 기후 리스크가 현재화되는 경우 신용손실로 인해 BIS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인 11.5% 하회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도로 대응 시 국내은행의 BIS 총자본비율 변화가 2050년경 8.0%까지 하락하나 이후 손실 규모가 축소되면서 2100년께는 11.5%로 회복하겠지만 만약 무대응 시 물리적 리스크 취약산업 관련 신용손실 확대로 2100년 10.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의 경우 최근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가 예상보다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보험손실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5도 대응 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2050년께 각각 197.7%, 186.7%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점차 회복되면서 2100년에는 각각 206.4%, 198.7%로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응하지 않을 시 2100년께 생보사는 196.8%, 손보사는 181.4%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탄소 전환이 어려운 제조업 비중이 높고 폭염일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기후변화도 심화되고 있어 기후 리스크가 금융기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우려가 크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2021년 현재 국내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미국(11%), 일본(21%), 유럽연합(15%)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24년 폭염일수는 30.1일로 과거 30년(1991~2020년) 평균(11.0일)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무대응 시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21세기 말(2081~2100년 평균) 현재(2000~2019년 평균) 대비 6.3℃ 상승하고 폭염일수는 현재(2000~2019년 기준) 연평균 8.8일에서 2081~2100년엔 70.7일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강수량은 21세기 말(2081~2100년 평균) 현재(2000~2019년 평균)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100년에 한번 나타날 수 있는 극한 강수량의 경우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현재 대비 40~8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도 매우 컸다. 2050년까지는 기후 리스크 영향이 미미하나(GDP 1.8%감소, 생산자물가 0.0% 상승), 기후 피해가 지속 확대되어 2100년경 GDP가 기준시나리오 대비 21.0% 감소하고 생산자물가가 1.8%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기후 리스크가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1.5℃ 대응 경로가 가장 작고, 무대응 경로가 가장 클 것"이라며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5도 대응과 무대응 경로가 유사하나 1.5도 대응 경로는 2050년 이후 점차 완화되는 반면 무대응 경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1.5도 대응의 경우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로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의 탄소가격(톤당)은 2030년 150달러, 2050년 1700달러까지 상승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도 대응의 경우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2℃ 이내로 억제하는 경로로 한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9000톤 감축해야 한다. 지연대응은 2030년까지 기후대응 정책을 도입하지 않다가 2030년 이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감축하는 경로로 설정했다.
2도 대응의 경우 탄소가격이 2030년 120달러, 2050년 650달러 수준으로 제한되는 반면 지연대응 경로 하에서는 2030년까지는 제로(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50년경 1400달러까지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금융기관이 기후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지침 개선, 예상외 손실에 대한 대비 강화, 녹색‧적응 투자 활성화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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