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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MBC에 따르면 65세 방 모 씨는 지난달 19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화면에는 틀림없는 ‘아들’ 이라고 떠 있었지만 평소 아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들 방모씨는 “아빠 나 지금 큰일 났어요”라며 “내가 얼마 전에 친구 대신 사채 보증을 서줬는데” 그리 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내도 이틀 뒤 똑같은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는 돈이 필요한 듯 다급한 목소리에 회사에 출근한 아들과 직접 통화를 한 후에야 마음이 진정됐다고 한다.
그 후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 번호로 전화가 올 때 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고 나서야 아들임을 확인하고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부부는 “이게 모르는 전화로 왔으면 내가 의심을 안 갖는데 어디 뭐 깡패한테 잡혀서 돈을 줘야 풀어주려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는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다가 사칭에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발신번호 조작까지 범죄가 진화한 것이다.
스마트폰 기능 중 조작된 국제전화, 인터넷 전화번호라도 뒷자리만 맞으면 등록된 이름이 뜨는 걸 악용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재작년 부터 국제전화에는 안내 음성에 식별번호도 전부 뜨는 대책도 도입됐지만 방씨 가족에게 걸려온 전화에는 이마저도 뜨지 않았다.
경찰과 118,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고, 통신사에서도 “현재로선 대응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은 전화마다 예전에 키웠던 강아지 이름을 암호로 쓰는 실정이다.
경찰은 국제전화 식별번호 없이 완전히 똑같은 번호를 사용한 ‘보이스피싱’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무언가 악성코드에 휴대전화가 감염돼 저장된 번호가 노출됐을 수 있다고 보고 방 씨 가족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링크나 문자메시지는 누르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대응방안이 너무 두루뭉술하고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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