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종효 기자] 무료 기능을 내세워 유저 기반을 확보한 국내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들이 유료 서비스를 접목해 선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뒤 수익 모델 전환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AI 열풍이 불면서 생겨난 국내 AI 스타트업의 초기 전략은 무료 체험 및 오픈 플랫폼 구축에 집중돼 있었다. 이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다듬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AI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핵심 자원이자 장기적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무료 사용자를 초석으로 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마련하는 유료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뤼튼은 AI 캐릭터와의 1대1 대화 서비스를 무료 기본 기능에 유료 프리미엄 기능을 더해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일본과 미국 시장의 호응에 힘입어 최근 하루 매출 최고 1억원에 달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 사용자들이 프리미엄 경험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스캐터랩 역시 기존 무료 서비스로 구축한 유저를 바탕으로 사용자 맞춤형 AI 대화 및 콘텐츠 생성 서비스인 제타 유료 AI를 통해 기업 고객 및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AI 기반 영상편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이저엑스는 사용자가 영상 제작 과정을 자동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어 유료 구독 모델 도입 후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AI 기술을 활용한 영상 자막 자동 생성 및 편집 기능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브루는 최근 월 결제액 9억원을 돌파하는 등 기술적 혁신을 넘어 유료화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기업 대상 AI 서비스 업체인 올거나이즈와 마키나락스 등도 유료화 전략을 통해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다. 무료 기간에 수집한 데이터로 사용자 경험(UX)을 최적화한 뒤 사용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를 인지하도록 유도하는 프리미엄 기능 도입하는 방식이 AI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유료전환시 이탈 움직임 대응
이런 단계별 접근 방식은 단기적 수익 창출뿐 아니라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게 됨에 따라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투자 유치가 활성화되면 추가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 고도화가 촉진돼 결과적으로 AI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또 “무료 서비스에서 벗어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고객 지원 및 서비스 품질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사용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며 유료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기반으로 장기 고객 확보에 기여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벤처업계 관계자 역시 “지속적인 매출 증가는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제공한다. AI 스타트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다만 유료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유료화 전환은 매출 상승과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하지만 기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온 사용자들이 유료 전환 시 이탈 위험이 있다. 이에 AI 스타트업들은 무료 체험 기간, 할인 이벤트, 기능 차별화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사용자들의 유료 서비스 수용도를 높이고 있다.
적절한 가격 정책도 유료화 성공의 핵심 요소다. 시장 조사와 사용자 피드백을 토대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오히려 고객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AI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경쟁사들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기에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서비스 개선 없이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AI 관련 스타트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보안 및 프라이버시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한 AI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유료화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사례는 후발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초기 무료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확보와 기술 개발이 일정 수준 도달하면 보다 적극적인 수익 모델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전체 AI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도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며 스타트업들의 유료화 및 기술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세제 혜택, 데이터 활용 관련 법제도 개선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국내 AI 시장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스타트업의 유료화 전환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 변경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산업 생태계의 성숙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각 기업들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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