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제주/김민영 기자]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의 역사가 결국 LPBA 월드챔피언십 정상까지 이어졌다.
김가영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세 번째 왕중왕에 등극했다. 또한, LPBA 투어 7회 연속 우승과 통산 14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여자 프로당구 최고 상금인 1억원을 손에 넣어 총상금 6억8천180만원을 기록했다.
17일 오후 4시에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5' 결승전에서 김가영은 세트스코어 4-2로 김민아(NH농협카드)를 꺾고 시즌 마지막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이번 시즌 3차 투어 '에스와이 하노이 오픈'에서 시작된 김가영의 우승 행진은 마지막 월드챔피언십까지 이어져 7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사이에 무려 38경기 동안 연속 승리를 거둬 세계 당구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고, 상금도 남자 1위인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의 3억2천750만원보다 많은 3억4천90만원을 한 시즌 동안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기록 역시 42승 3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애버리지 1.208과 득점성공률 53.75%를 기록하며 LPBA 투어에서는 더 이상 상대가 없을 정도의 실력차를 보였다.
김가영의 독주를 과연 막을 선수가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승장구했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이번 왕중왕전까지 결승에 올라오며 월드챔피언십 전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남겼다.
결승 초반 세트스코어 1-2로 끌려가며 위기 찾아온 김가영
김가영은 결승에서 만난 김민아를 올해 1월에 열린 정규투어 마지막 대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결승에서 꺾었고, 이번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47일 만에 조우해 상금 1억원을 놓고 다시 한번 경쟁했다.
3세트까지 김민아에게 세트스코어 1-2로 끌려가던 김가영은 4세트부터 감이 살아나며 반전의 불씨를 당겼다.
1세트 시작은 좋지 않았다. 6이닝까지 단 3득점에 그친 김가영은 3:5로 끌려가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7이닝 공격에서 원뱅크 넣어치기를 성공시키면서 기회를 잡은 김가영은 다시 투뱅크 샷으로 2점을 더해 7:5로 역전하며 본격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이어 끌어서 옆돌리기를 정확하게 성공시킨 김가영은 비껴치기와 뒤돌리기로 10:5로 만들며 먼저 세트포인트에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길게 비껴치기까지 득점하며 끝내기 8점타로 역전한 김가영은 11:5(7이닝)로 1세트를 따내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1세트에 김가영의 공격력을 실감하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김민아는 역전패에 굴하지 않고 2세트에서 다시 분위기를 뒤집었다.
4이닝까지 5:5의 평행선을 달리던 김민아는 5이닝에 스리뱅크 샷 두 방으로 4점을 달아나며 9:5로 앞섰고 9이닝 만에 11:5로 2세트를 승리해 세트스코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2세트를 내준 김가영은 3세트 초구에 김민아의 하이런 8점타가 터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세트까지 4이닝 만에 5:11로 패하면서 세트스코어는 1-2가 됐고, 반전이 시작되는 듯했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나는 집중력으로 전세 역전…기회마다 '뱅크 샷 성공'
그러나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김가영은 위기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뱅크 샷 공격을 여러 차례 성공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김가영의 공격이 날카로워 질수록 상대방 김민아는 점점 승부가 어려워지며 끝내 역전을 허용했다.
김가영은 4세트 초구를 스리뱅크 샷으로 성공시켜 대거 6점을 득점한 뒤 4이닝에 또 한 번 스리뱅크 샷으로 2점을 보태 9:4로 달아났다.
그리고 5이닝 공격에서 기막힌 원뱅크 역회전 샷으로 남은 2점을 득점하며 11:4로 승리,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에서도 김가영의 큐는 계속 불을 뿜었다. 1이닝부터 2-1-3-1 연속타로 7:3으로 앞서가던 김가영은 7이닝에 길게 비껴치기와 뒤돌리기에 이은 원뱅크 넣어치기로 남아 있던 4점을 한 큐에 쓸어 담고 11:5로 승리했다.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이 된 이후 김민아는 상황이 안 좋아졌다. 6세트 6이닝까지 공격 차례에 어려운 배치가 만들어지면서 모두 범타로 물러나 추격의 동력을 잃었고, 그사이에 김가영이 3-3-1 연속타 등 9이닝 만에 10:2로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결국, 김가영은 10이닝 공격에서 챔피언십 포인트 득점에 성공하며 11:2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5년의 노력 누적돼서 '포텐' 터졌다…운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팽팽했을 것"
우승 후 기자들을 만난 김가영은 "지난 5년의 노력이 누적돼서 올해 '포텐'이 터진 것같다"며 "나도 고비가 있었고, 승운도 따라야 하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서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6세트에 대체로 기회가 많이 왔다. 세트스코어 3-3이 되면 김민아 선수가 초구라 어떻게 될지 몰랐다. 운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팽팽했을 거다"며 "이제 3쿠션 경기에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기준이 없어서 흔들렸는데, 이제는 기준이 있으니 흔들려도 돌아갈 곳이 있다. 5년 전에는 3쿠션 초보였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준우승에 머문 김민아는 "월드챔피언십 결승에 처음 올라와서 마음이 들뜨고 설렜다"며 "전에 경주에서 김가영 선수와 결승에서 만났을 때는 우리 실력이 지금 같지 않았다. 그때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 두 차례 결승전 패배에서 살짝 벽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공을 너무 편하게 열어주는 점을 보완하고 공격성공률이 떨어지면 수비를 해서 방어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부분을 비시즌에 더 연마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민아는 상금 3천만원을 받았고, 애버리지 3.143의 LPBA 신기록을 작성한 김세연(휴온스)은 '웰컴저축은행 웰컴톱랭킹상' 상금 400만원을 수상했다.
한편, 지난 8일 시작한 이번 월드챔피언십은 이날 여자부 결승이 김가영의 우승으로 마무리됐고, 같은 날 밤 9시에 남자부 결승전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와 륏피 체네트(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의 경기가 벌어진다.
(사진=제주/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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