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을 지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이 전국 106개 극장에서 상영을 확정했다.
극장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배급 방식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상영을 주도하는 관객참여형 배급으로, 특히 제주도에서는 전 지역 8개 모든 극장이 4월 3일에 이 영화를 동시 상영한다. ‘4·3기억영화제’란 이름으로 기획된 이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가 상영 주체가 될 관객추진단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불과 40여 일 만에 이루어낸 성과다. 관계자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국 100개가 넘는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4·3기억영화제 추진위원회는 2월 22일 서울을 시작으로, 2월 26일 전주, 3월 7일 대전에서 이 영화의 사전 시사회를 개최해왔다. 이 시사회와 SNS 확산 과정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관객추진단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스위스, 일본에서도 신청이 들어왔다.
작품은 제주 4·3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기억을 통해 역사를 조명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 1948년 12월, 제주 표선면 토산리에서 한꺼번에 끌려간 마을 남녀 200여 명 중 유일하게 생존한 김은순 할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토벌대에게 끌려간 뒤 혼자 돌아온 그는 평생 말문을 닫아버렸다. 4·3연구자 조정희는 그 침묵의 이면을 톺아가며 거대 서사 이면의 여성사가 어떻게 사라지고 왜곡되었는지를 추적해간다.
작품은 단지 피해 사실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남자들이 사라진 폐허 속에서 다시 생계를 꾸리고 가족과 마을을 재건해야 했던” 여성들의 강인함, 그리고 그 역사 또한 세밀하게 포착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여성 서사를 ‘제주4·3’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 온전히 복원하는 ‘목소리들’. 작품의 전국 동시상영은 오는 4월 3일을 기점으로 펼쳐지며, 참여 신청 및 상세 정보는 오마이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