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태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가 최근 임원 교육을 통해 공유되면서, 그룹 내부의 위기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반도체 등 핵심 사업의 성장 둔화 속에서, 삼성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과 선대 회장 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으며, 이 회장의 기존 발언과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준비했던 일부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상에서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삼성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부터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그 자체보다 이에 대한 대응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단기적인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기술 경쟁력 강화를 거듭 강조하며, 삼성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핵심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세미나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삼성의 현재 위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분석하고, 질적 성장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교육에 참여한 임원들은 리더십 강화를 위한 내부 토론을 진행하며 위기 극복 전략을 모색했다. 또, 이들에게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전달되어 책임 의식을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이번 교육을 통해 임원들에게 강한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에 진행되는 전사적 차원의 임원 세미나로, 과거 삼성의 도전 정신과 기술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대응 지연 및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삼성전자의 TV, 스마트폰, D램 등 주요 사업 분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는 각각 35조원과 53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은 또한 그룹 차원의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해 말 신설된 경영진단실을 통해 반도체 사업 부문의 경영 분석을 시작했으며, 신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교육은 다음 달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삼성다움’을 재확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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