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협력(하청)업체 노·사가 2024년도 단체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천막농성을 벌이며 원청인 한화오션에 상여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난 15일 노조 대표가 서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지만 한화오션은 현행법상 허용 불가라며 맞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지난 15일 오전 4시부터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 30m 높이 CCTV 철탑에 올라가 3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17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노조의 요구안은 크게 두 가지다. 상여금 인상과 하청노동자의 상용직 숙련노동자 고용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상여금 관련 이들은 "2016년 이전까지는 하청노동자도 연간 550%의 상여금을 지급받았다"며 "하지만 조선업 불황기에 상여금은 모두 삭감돼 제로(0)가 됐다"고 전했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2023년 단체교섭에서 상여금 50%를 겨우 회복했다. 2024년에는 연간 상여금 300% 지급을 요구했다”며 “지난해 파업 투쟁이 장기화된 현실을 감안해 현행 50%보다 소폭 인상시키는 양보안을 최종 제시했지만 한화오션은 끝내 상여금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하청노동자의 상용직 숙련 노동자 고용 확대 주장은 한국 조선업이 호황기는 물론이고 다가올 불황기를 극복하며 지속가능한 체력을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 초호황을 맞아 원청 조선소는 수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하청노동자 저임금은 그대로인 까닭에 심각해진 인력난을 정부와 자본은 다단계 하청 물량팀과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채웠다”며 “그 결과 2016년 이전까지 전체 하청노동자의 70%를 차지하던 상용직 숙련 노동자가 현재는 30%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조선업의 품질을 책임지며 직접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를 다단계 하청 물량팀이나 저임금 이주노동자가 아닌 상용직 숙련 노동자로 고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노조의 두 가지 주장은 원청인 우리가 아니라 사내 협력사와 해결할 문제”라며 노조의 주장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협력사 근로자들에 대한 상여금 지급은 각 협력사가 재무적 지급 여력을 기반으로 근로자 대표와 교섭하고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협력사 고유의 경영활동이다.
하청노조의 상여금 550% 삭감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사내 협력사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합리적인 임금 격차 확보와 장기근속 유도를 위해 2016년부터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2018년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취업규칙 변경을 모두 완료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2023년 5월 출범 이후 외주 단가 인상률을 2023년 7%, 2024년 5%로 책정하는 등 사내 협력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생산공정 정상화 기여 등을 고려해 협력사들에 '생산안정 격려금' 등 약 400억원을 지급했고, 협력사 경영 안정 지원을 위해 1100억원의 예비비 및 선급금을 선제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공정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사내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약 700억원 규모의 예산도 별도로 책정해 놓은 상황이다.
하청노조의 협력사 상용직 고용 확대 요구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개별 협력사들의 경영적 판단 및 인사권에 관계되는 것으로 한화오션이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만 한화오션은 협력사들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사들이 상용직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이번 고공농성이 사측에서 제기한 형사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정치적 계산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은 지난달 1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형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밖에 9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17명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 지회장 등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노조원 28명은 2022년 6월 파업 당시 대우조선해양 거제사업장에서 51일간 파업 투쟁을 하며 도크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등 사측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의 이같은 1심 선고에 노조원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2심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사내 협력사 간 상생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관련 17일 협력사 노사 양측과 원청인 한화오션 간 논의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김 지회장의 고공농성 돌입은 너무 뜻밖이다”라며 “이미 1심에서 패소해 2심 재판을 기다리는 노조 입장에서 일종의 ‘강수’를 두는 것이 향후 자신들의 양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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