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신규 원전 수주 협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한국의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이 눈앞에 왔다. 2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체코 원전 사업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달리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한껏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지난해부터 두코바니 원전 부지에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입찰에 참여해 왔다. 한수원은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최종 후보로 경쟁해왔으며, 최근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APR1000 모델을 제안하며 기술력과 경제성,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펼쳐왔다.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각각 2기씩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달 최종 계약이 이뤄질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의 5·6호기 원전 2기 사업으로 규모는 약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9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20조원)보다 큰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체코 원전 사업이 UAE 바라카 원전과 달리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원전은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수주했지만, 초기 계약 금액이 낮게 책정돼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반면 체코 원전 사업은 처음부터 적정 수익을 보장받는 계약 구조를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체코 원전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향후 60년간 운영과 유지보수 계약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수주가 단순한 건설 계약을 넘어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체코원전 수주전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의 시작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내 최대 원전 강국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고, 미국은 NATO 동맹국으로서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은 UAE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 경험과 경제성, 안전성을 주요 무기로 삼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50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며, 향후 10년간 약 100기 이상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계획이다. 각 국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체코 원전 수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한국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주요 기업들은 물론 약 200여 개의 중소 협력업체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산업 생태계 전반에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5조원 규모의 원전 사업은 약 10만 명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원전 기자재, 설계, 시공,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 향상과 수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 측은 “그동안 한수원과 발주사가 성공적인 체코 신규원전 건설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상호 최선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최종 계약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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