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와 협력 강화 움직임…내달 오스트리아서 독일군과 합동훈련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이 '영세중립국' 스위스의 대외 정책에도 변화를 부를 조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유럽의 안보 지형이 격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위스가 유럽과의 방위 협력 강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500년 이상 영세중립을 고수한 스위스도 최근 대서양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보폭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스위스 싱크탱크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의 장-마크 리클리는 "유럽에서 철수를 시사하거나, 러시아 편을 드는 미국의 모습은 스위스를 포함한 모든 곳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최근 스위스 연방의회의 국방장관 결정투표에서 경쟁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마르틴 피스터는 이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피스터는 중립 원칙 고수를 주장하는 경쟁 후보에 맞서 나토를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와의 방위 협력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표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유럽 국가 군대와의 상호 운용성과 협력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위스는 다음 달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오스트리아와 독일군의 합동 훈련에 육군을 파견할 예정이다.
스위스 군대가 외국에서 열리는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최초다.
무기 수출 규정 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스위스는 전쟁 중인 국가에 자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스위스산 무기를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일 등 주변 국가들의 불만을 샀다.
스위스의 여론도 유럽과의 안보 협력 강화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취리히연방공대(ETH) 군사 아카데미가 지난해 여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위스인의 53%가 나토와의 관계 강화에 찬성했다. 또한 나토 가입을 원하는 응답자도 30%에 달했다.
이는 최근 10년간의 평균치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존재한다.
스위스 보수파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EU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영구중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koma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