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기술 맹추격으로 이중고에 직면한 한국은 전략적 활로 모색에 분주하다. 이에 양국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적인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제10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삼성디스플레이 이청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이사회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리스크와 중국과 기술 추격으로 격차가 좁혀지는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AI 기술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온디바이스 AI 저변이 확대되면 기존 시장에서 OLED 침투가더욱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폴더블, 롤러블, 투명, XR, 모빌리티 등 새로운 응용처와 결합해 산업의 대변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굉장히 커진 상황”이라며 “디스플레이는 부품이기에 완제품이 타격을 받으면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라며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산업계와 공동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3억7800만대를 출하해 중국 BOE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으로 올해 삼성의 출하량은 3.5% 감소한 3억65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서울대 이우일 명예교수는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도 전부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과학기술 프런티어 개척 역량이 선진국 대비 열세에 놓여 있는데, 이는 이노베이션 타워로 직결된다”라며 “전 세계가 산업 재편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가 R&D 체계의 획기적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국의 딥시크 공습,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상배 교수는 미·중 AI 패권 전쟁 속에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과 균형적 접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국의 AI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며 규제 강화 국가에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라며 “유럽형 규제 모델을 참고한 한국의 AI 기본법이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어 국제적 규제 흐름 변화에 대응한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자원이 한정적인 한국은 미국·중국과 같은 대국과 직접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면승부보다는 AI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면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내 정책이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 이승환 박사는 기술 패권 시대에서 한국은 기술과 정책 간 간극이 크다며 기술-정책 간 협업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기술과 정책의 거리가 가장 큰 AI 안전 규제는 전통적인 정책 영역이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급속한 기술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기술과 정책이 따로따로 발전하는 방식보다 기반이 갖춰진 정책이 선행돼야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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