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 더봄] 용맹스런 코사크의 후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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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영 더봄] 용맹스런 코사크의 후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다르다

여성경제신문 2025-03-17 10:00:00 신고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3년이 넘었다. 새로 취임한 트럼프는 러우 전쟁 종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젤렌스키를 무시하면서 충돌했다.

그러고는 "우크라이나에게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고 윽박지르며 평화 협상을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는 빼고 미국과 러시아가 마주 앉아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많은 전사자가 발생하고 영토의 1/5을 러시아에 빼앗긴 상태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전비 지원 대가로 광물 자원의 1/2을 미국에 넘겨야 하는 우크라이나인들. 약소국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국화인 해바라기밭 /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의 국화인 해바라기밭 /게티이미지뱅크

푸틴은 ‘그곳은 러시아 땅이었다’고 주장하며 무자비한 침략을 감행했다.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역사서는 주로 러시아의 시각에서 쓰였다. 드물게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쓴 역사서가 있다. 여기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관점에서 본 그들의 역사도 함께 소개한다.

고대 우크라이나는 유목민인 스키타이의 땅이었다. 그러다가 9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는 키이우(Kiev)공국이 번성하며 루스(Rus)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이때의 역사는 동슬라브족인 러시아, 백러시아(벨라루스), 우크라이나가 공유한다. 이때 칭기즈칸의 후예 바쿠가 이끄는 몽골이 동유럽을 휩쓸면서 1240년 키이우 공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후 그곳을 포함, 동유럽 일대를 지배한 것이 킵차크한국이다. 그들이 ‘타타르의 멍에’라 부르는 그 암흑의 역사는 1480년까지 계속된다. 그런 키이우 공국의 단절됐던 역사를 다시 이어받는 후계자로 러시아인들은 모스크바 공국으로 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민족사관을 가진 대표적 역사학자 미하일로 흐루셉스키(Mykhailo Hrushevsky)는 지금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우크라이나 국가는 할리치나(Halychyna)-볼린(Volynia) 공국이라고 주장한다. 이 공국은 동유럽의 유력한 국가로 성장했지만 1340년 볼린은 리투아니아에, 할리치나는 1352년 폴란드에 병합되어 '우크라이나 최초의 국가'는 소멸한다.

이후 약 300년 동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이 지역을 지배했다. 그 사이에 키이우 공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세 민족으로 분화한다.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은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변경이나 접경지역이라는 뜻의 '오크라이나(Okraina)'에서 온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들 뿌리의 정체성으로 삼는 코사크가 15세기 말부터 등장한다. 코사크란 ‘노획품으로 생계를 삼는 사람 또는 자유인’을 뜻하는 튀르키예어가 어원이다. 그들은 타타르의 노예 사냥에 대처하기 위한 자치 무장 집단이다. 폴란드 영주의 억압을 견디지 못해 도망친 농민들도 합류하면서 코사크는 점차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성장한다.

폴란드 왕은 코사크 군을 모스크바 공국, 오스만 등과의 전쟁에 이용한다. 코사크 등록제를 실시하고 그들에게 급료를 지불했다. 코사크의 수령을 '헤트만(Hetman)'이라고 불렀다. 코사크는 정교의 옹호, 우크라이나 보호, 자신들의 정치와 자유 확보 등을 위해 싸웠다.

코사크 조직은 단순하고 자유로웠으며, 몸과 영혼을 바친 충성심으로 뭉쳐 단결했다. 자포로지아 시치(Zaporozhia Sich)는 드네프르강 하류에 세워진 최초의 코사크 요새이다. 고골의 명작 <대장 불리바> 는 1630년대 코사크를 로맨틱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코사크 수장 흐멜니츠키를 민족 영웅으로 추앙한다. /euromaidan
우크라이나인들은 코사크 수장 흐멜니츠키를 민족 영웅으로 추앙한다. /euromaidan

1648년 헤트만에 선출된 보흐단 흐멜니츠키(Bohdan Khmelnytsky)는 타타르 크림한국과 동맹을 맺고 폴란드 귀족들의 억압에 대항한다. 그 결과 ‘코사크는 폴란드 왕에게만 복종하고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나중에 세력이 커지자 폴란드군을 물리치고 '코사크 국가'를 만든다.

그러나 폴란드가 타타르를 매수, 코사크를 공격하자 흐멜니츠키는 헤트만 국가 수호를 위해 모스크바 공국과 페레야슬라브(Pereiaslav) 조약(1654년)을 맺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이 협정을 단기적 군사협정이라고 여기지만 훗날 러시아 역사가들은 이 협정을 우크라이나와의 역사적 통합의 근거로 삼는다.

이 조약은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멸망하고 러시아가 제국으로 약진하는 계기가 된다. 1657년 사망한 흐멜니츠키는 훗날 코사크의 영웅이자 우크라이나 재건의 상징으로 추앙된다.

러시아 제국의 표트르 대제는 영토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이후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억압하고 우크라이나 코사크들에게 과도한 노역을 부과한다. 그로 인해 코사크 상당수가 과로와 식량 부족, 러시아 관리들의 학대로 죽어 나갔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당시 강제 동원되었던 코사크들 상당수가 건설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제국은 코사크 공동체가 러시아 제국의 농노제 존치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이를 농노제로 전환하면서 그들의 반감을 산다.

이러한 반감은 근대 내셔널리즘과 결합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스로를 러시아인과 구별하는 민족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우크라이나 땅은 러시아의 곡창지대로, 인적 자원은 농노 또는 노동력으로 착취당하고 용맹스러운 코사크는 변경을 지키는 경비대로 쓰인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인들은 역사적으로 러시아 왕국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차별당했다는 반감을 늘 가지게 된다. 특히 1933년 스탈린 시대에 곡물 강제 징발로 인해 300만 내지 500만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대기근(Holodomor)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같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제노사이드로 비견된다.

요약하면,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독립하기까지 약 700년간은 그 땅에 살기는 하였지만 뚜렷한 국가적인 정체성을 가지지는 못했다. 다시 말하면 우크라이나 서부는 리투아니아 폴란드 왕국이 지배하거나 오스트리아 헝가리 왕국이 지배하고, 흑해 연안 오데사를 비롯한 크림반도는 오스만 튀르크가, 드네프르강 동쪽은 주로 러시아가 지배하였다.

번듯하게 우크라이나인 국가라 부를 만한 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흐멜니츠키를 영웅으로 삼고, 코사크를 민족의 정체성으로 삼아 러시아인들과 한사코 구분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전쟁을 통하여 우크라이나인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그들 역사 속에 남아있는 압제의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깊이 깔린 것 같다. 반면 러시아인들은 ‘언제부터 너희가 다른 민족이고, 같은 슬라브족이 왜 서유럽에 속하려 하는가’하는 불만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러우 전쟁은 이제 미국의 트럼프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지금껏 유지해 온 ‘1극 체제’를 버리려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유럽을 군사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은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즉, 우크라이나를 서유럽 프런트 라인으로 삼아 러시아와 소모적인 전쟁은 그만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트럼프와 푸틴이 마주 앉아서 우크라이나 국경선을 다시 그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요구가 반영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억울한 일이지만 좀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비극은 잦은 침략의 역사를 가진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안보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 저와 같이 대책이 없다. 자강 능력을 하루라도 빨리 키워 ‘강한 나라로 홀로서기’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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