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다시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와 재무적투자자(FI) 반대로 IPO가 무기한 연기됐지만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재개에 나설 시점으로 판단한 모습이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대환대출 시장에 진입해 담보대출 비중을 크게 늘려 실적을 개선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긍정적인 기조로 돌아선 점도 업비트 제휴 관계에 따른 수혜를 입게 했다.
다만 케이뱅크가 상장하기까지는 예비인가 신청을 포함해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추진한 IPO 절차 만료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케이뱅크에 수개월 내 운이 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케이뱅크, IPO 재추진 결의…실적도 우상향
케이뱅크가 지난 1월 상장 도전을 철회한 지 2개월 만에 세 번째 IPO 도전에 나선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 안건을 결의했다.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케이뱅크는 예상보다 빠르게 IPO 재도전에 나선 셈이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81억원으로 1년 새 10배 증가했으며 신규 고객도 321만명이 늘어 1274만명에 달했다.
건전성도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지난해 케이뱅크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90%와 0.82%로 각각 전년 대비 0.06%p, 0.04%p 감소했다. 더불어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양호함을 나타내는 대손비용률도 2.35%에서 1.59%로 개선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희망 공모가 밴드로 주당 9500-1만2000원을 제시했으나 수요예측 결과 시가총액이 3조5000억원에 그쳤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하면 케이뱅크는 5조원 몸값을 기대한 셈이지만 시장 눈높이와 격차가 컸다.
이렇게 두번째로 추진한 IPO가 무산되자 케이뱅크는 실적 개선이 선목표가 됐던 걸로 보인다. 몸값을 낮추지 못하더라도 희망하는 기업가치 수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몸집을 조금이라도 먼저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대환대출·가상자산 시장 호조 돋보인 지난해
대표적으로 실적을 견인한 요인은 지난해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대환대출 상품과 가상자산 시장 호황이다. 국내 대출 수요와 미국의 친 가상자산 기조가 맞물리면서 케이뱅크 실적은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케이뱅크의 전체 대출 중 담보대출(보증대출 포함) 비중은 53.1%로 전분기 대비 1.3% 늘었다. 직전해와 비교해서는 14.1% 증가한 수치다. 대출이동제가 도입되면서 늘어난 아파트담보대출 잔액과 지난해 출시된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이 성장 동력이 됐다.
또한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되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운용수익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81.4% 늘었다. 특히 여기에는 미 행정부의 가상자산 기조 변화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 관계인 케이뱅크가 수혜를 입은 측면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11~12월 업비트의 평균 가입자 수는 1~10월 가입자 대비 3.8배 증가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암호화폐가 사기라던 입장을 지난해 뒤엎었다. 후보자 신분일 동안 트럼프는 ‘재집권 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 등 가상화폐를 지지하는 태도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은 개당 7만6000 달러 (당시 기준 1억644만원) 선을 돌파했으며 한 달 만인 12월 5일엔 개당 10만 달러(1억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IPO 걸림돌 ‘몸값’ 여전…증시 상황 미지수
현시점에서 케이뱅크가 빠른 시일 내에 어느 정도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건 IPO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상장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 여전히 넘어서야 할 장벽으로 IPO 성공을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케이뱅크가 원래 계획했던 세 번째 IPO 추진 시기는 올해 1월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다고 판단돼 미뤄졌다. 당시 FI는 3조원 후반대의 몸값으로는 증시 입성은 허용할 수 없다며 상장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 IPO도 기업가치 책정과 관련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에도 케이뱅크가 상장 고비를 넘을지 관건이 되는 건 결국 ‘몸값’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희망 기업가치에 맞게 몸집을 더 키우거나 눈을 이전보다 낮춰야 하는 셈이다.
증시 상황도 뒷받침돼야 한다. 비슷한 시기 IPO를 준비했던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4일 상장 첫날 공모가(2만6000원) 대비 23% 급등세로 마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같은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 지는 미지수이나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케이뱅크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결과는 불투명하다.
다만 오는 10월로 업비트와의 재계약이 만료되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악재다. 지난해 실적에서 케이뱅크 실적에 한 축을 담당한 가상자산 관련 수익이 이후로는 줄어들 수 있으며 기업가치에도 업비트 효과를 반영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케이뱅크는 구체적인 IPO 추진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IPO를 추진하려면 선언적인 의미에서 이사회 의결을 해야 한다”라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적기에 하겠다는 얘기이고 아직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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