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金값···관세전쟁 우려에 사상 최고치 경신

▲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 우려가 심화되며 국제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만기 금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1.5% 상승한 온스당 2991.3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금 선물은 이날 오후 3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해 27% 상승세를 나타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날까지 약 14% 상승하며 강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금 가격은 10%의 상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금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키 쿠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분석가는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강한 수요와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매입,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금값이 올해 35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재정 적자 부담이 증가하며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25회계연도 첫 4개월 동안 8400억달러의 증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월 한 달 동안에만 재정적자가 3070억달러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BNP 파리바 은행은 이번주 올해 연평균 국제 금값 전망치를 이전보다 8% 상향조정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원자재 조사팀은 "금에 대한 수요가 10% 증가하면 금 가격이 3500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정세 안정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윌슨 선임 상품투자전략가는 "금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위험을 반영할 것”이라며 "무역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금 가격은 추가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서도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량을 104톤 늘렸으며, 연간 증가량은 3년 연속 1000톤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