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최근 충청남도에서 대규모 빌딩식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과 협약을 맺은 가운데, 충남도가 국내 ‘양돈빌딩’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동물단체의 규탄이 이어졌다.
14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가 지난달 중국 대규모 양돈 기업인 양샹그룹과 협약을 맺어 논란이 된 ‘양돈빌딩’은 국내법상 문제로 건설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신 충남도는 국내 양돈 농가 보수를 위해 양상그룹의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충남도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0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양쓰팅 광시 양샹그룹 총회장, 장옌 심천 수잉과학기술유한회사 회장과 축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협약은 지난해 11월부터 김 지사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양샹그룹의 양돈 기술 및 최신 스마트 장비를 도입해 도내 양돈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당시 충남도는 자료를 통해 김 지사가 양돈빌딩 건설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밝히며 ‘최첨단 미래형 돈사’라고 지칭하는 등 크게 호평했다. 또 김 지사는 현장에서 양돈빌딩을 두고 건립 비용, 전염병 예방 방안 등을 묻는 등 양돈빌딩 건설에 높은 관심사를 드러냈다.
다만 이번 협약에는 양돈빌딩 건설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협약에는 양돈산업 공동 연구 및 기술 개발 참여, 충남 스마트 축산복합단지 조성 협력, 도내 축산농 및 축산 관계자 전문 교육 등이 포함됐다.
해당 협약이 알려진 후에도 충남도가 양돈빌딩 건설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의 동물단체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2일 누리집에 ‘중국 따라 짓겠다는 돼지들의 수용소, 충남 ‘돼지 빌딩’’이라는 글을 게시해 “동물 복지와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돼지빌딩 도입 철회를 촉구하며, 충청남도에서 계획 중인 대규모 축산 단지 설립 저지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8년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돼지의 절반 가량이 목숨을 잃고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자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돼지 빌딩이었다”며 “중국 돼지빌딩은 오직 더 많은 고기를 더 싼 값에 먹겠다는 욕심만으로 동물복지나 환경, 공중 보건 등 고차원적이고 다양한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2022년 중국 후베이성에 연간 120만 마리를 도살할 수 있는 26층짜리 돼지 빌딩이 건설되자 전 세계 많은 이들이 경악하며 비난했다”면서 “그럼에도 돼지빌딩 조성에 1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충남의 계획은 전혀 스마트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동물행동권 카라에서도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돼지를 아파트와 빌딩에 키우고 이를 지향해야 할 미래 돈사로 규정한 충남도의 계획은 더 좁은 면적에서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돼지를 생산하고 도축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함은 물론 ‘죽음’의 돼지 공장을 공표한 충남도의 행보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돼지가 돼지답게 살 수 있는 농장을 원한다”면서 “충남도의 AI 돼지빌딩 정책은 생명경시에 앞장서는 정책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지금이라도 그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충남도는 국내 양돈빌딩 건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번 협약은 첨단 기술을 받아들여 기존 농가 시설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돈빌딩을 국내에 도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중국 법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국내법상으로는 건축 인허가가 나지 않아 빌딩 건설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양샹그룹에서 채택하고 있는 첨단 스마트 내부 시설을 국내 양돈 농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협약을 계획한 것”이라며 “선진화된 농가 시스템을 견학하고 기존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할 때 첨단 시설을 도입하기 위해 넓은 의미에서 진행된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중국 측은 이동 동선, 사료 섭취량 등 농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개체별로 관리하고 있다”며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정밀 제어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동물단체에서 지적한 가축 전염병 우려에 대해 충남도는 “방역 문제로 직접 사육 중인 양돈빌딩에는 출입할 수 없었고, 현재 건설 중인 빌딩을 둘러보고 왔다”며 “양샹 측에서 질병이 발생한 전적이 한 건도 없었다고 밝힌 것이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다만 국내보다 일원화된 기술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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