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인 29조 2000억 원에 달하면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도인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27조 1000억 원보다도 7.7%p 증가한 수치다. ‘킬러문항 배제’ 등 적극적인 사교육 경감 대책을 시행한 것 치고는 비루한 결과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은 바라보지 않고 결과물에 대한 대책만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3000여 학급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학생 수가 전년보다 8만 명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2조 1000억 원 증가한 29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N수생과 영어 유치원으로 대표되는 유아 사교육비를 포함하면 학부모들이 실제 지출한 금액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교육비가 치솟은 원인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주요 교육정책들이 곧 사교육비 급증의 주범이라고 평가하며, 사교육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입시경쟁 교육체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자사고,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권학교를 폐지하고 사교육비 증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또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교육부 목표와 정책이 엇박자가 났음을 지적하며,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과 상위권 경쟁 압력이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사걱세는 “성적 상위 10% 고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경쟁 압력이 증가하고 대입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면적인 기조 전환과 대책을 요구한 사걱세는, 단기적인 과제로 초등의대반 방지법 등 불량 사교육을 규제할 입법과 정책 수립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급조된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이같은 결과를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발표된 킬러 문항 배제와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수사 등 이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며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였던 킬러 문항이 빠지는 대신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가 대거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대학 서열화, 직업 안정성 등이 담보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애초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자녀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같은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정확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교육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각에서는 의료 정원 증원이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존재하는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교육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전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0%라는 것을 고려할 때 사교육비 증가 문제가 단순히 의대 정원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교육부는 이번에 공개된 통계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교육중점연구소를 통해 면밀히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증원이 사교육비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연구소를 통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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