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림수산성이 정부 주도하에 10일부터 쌀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급 비축미 입찰 경매를 시작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12일까지 15만t의 쌀 딜러를 선정하고, 경매된 쌀은 3월 말까지 상점에 도착할 예정이다.
에토 타쿠 일본 농림수산대신은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중순 발표된 것으로, 일본 가정의 쌀 소비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쌀 소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일부 상인들의 매점매석 행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쌀은 일본인들의 주식이기 때문에 가격 급등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이에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비축미를 방출해 시장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쌀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의 비축미 방출 조치는 이러한 요구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벼농사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농가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근본적인 정책 변화 없이는 쌀 부족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쌀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2023년 폭염이다. 고온으로 인해 수확된 쌀의 품질이 떨어지고 도정 과정에서 부서지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급이 줄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도 일부 상인은 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가격이 급등했다. 여름이 되자 슈퍼마켓에서 쌀이 사라지는 현상까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농림수산성은 가을에 햅쌀이 출하되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농민들은 올해도 수확량이 기대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충과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농사에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비축미 방출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쌀 공급 불안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은 현재 쌀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쌀값 상승이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쌀 소비 감소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 일본인의 식생활 변화로 인해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쌀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쌀값 침체가 이어지면서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개인 농가 중 약 60%가 70세 이상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다. 농업을 계승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농경지가 방치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반세기 넘게 일본은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만큼, 이제는 쌀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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