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노정의 ‘마녀’, 순애와 스토킹 사이…숏폼 시대 이유 있는 역행 [DA:스퀘어]

박진영·노정의 ‘마녀’, 순애와 스토킹 사이…숏폼 시대 이유 있는 역행 [DA:스퀘어]

스포츠동아 2025-03-14 08:55:00 신고

3줄요약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가 종영까지 2회 남은 가운데, 촘촘히 쌓아 올린 서사에 탄력이 붙으며 고정 시청자들의 만족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마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하나둘씩 다치거나 죽게 되면서 ‘마녀’라는 오명을 쓰고 은둔한 여자 박미정(노정의 분)과 그녀를 죽음의 법칙으로부터 구하려는 남자 이동진(박진영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동명의 강풀 작가 웹툰(2013)을 기반으로, 작품을 연출한 영화 ‘암수살인’ 김태균 감독만의 각색을 더해 원작의 여백을 채우며 순애(純愛)와 스토킹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탄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단편적이었던 원작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행위에 설득력을 더한다. 박진영은 장면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미스터리와 로맨스, 복합 장르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며 연기 스펙트럼 넓은 배우임을 증명했고 노정의는 MZ여신의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수수하지만 서글픔이 묻어나는 캐릭터로 변신을 꾀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로맨스 구도를 따르지 않는 점이 독특하다. 남녀주인공이 7화에 겨우 마주하고, 둘이 한 화면에 있으면 스릴러가 돼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이동진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미정을 도우려는 설정은 ‘마녀’를 구원하는 영웅이 아닌, 마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관계 모델을 제시한다. 또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내용을 추가해 박미정이 주변의 도움으로 마녀사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이동진 엄마 미숙(장혜진 분)이 보여준 측은지심과 후회, 허은실(장희령 분)이라는 든든한 언니 캐릭터가 현대적 연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특히 숏폼 시대에 역행하는, 느리고 긴 호흡으로 꿴 연출 방식이 ‘마녀’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박미정을 둘러싼 ‘죽음의 법칙’이라는 초자연적인 설정과 오직 ‘집계된 데이터’로 이를 풀어가는 데이터 마이너 이동진의 무모함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선 인물들의 감정선을 깊이 있고 다면적으로 보여줘야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0부작 중 절반을 할애해 이동진과 박미정 각자의 시선, 이 둘을 둘러싼 인간관계, 이동진이 짝사랑 박미정을 데이터마이닝하게 된 계기 등을 그리며 당위성을 부여, 원작이 지닌 스토킹 문제를 순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작품 후반부인 7-8회에선 전개 속도가 제대로 붙었다. 이동진은 ‘죽음의 법칙’을 피하는 변수가 ‘박미정의 마음’이란 걸 깨달으며 스토커에 불과했던 자신의 존재를 자각, 허망한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마지막 변수이자 가능성 0에 수렴하는 ‘박미정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것’에 인생을 걸고 그녀 앞에 섰다. 이동진이 ‘죽음의 법칙’을 무사히 피할 수 있을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엔딩이었다.

이에 8회 시청률은 전국 3.1%, 수도권 3.2%를 나타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3.7%까지 올랐다.(닐슨 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3월10일-14일 기준)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OTT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중 아시아 최대 범지역 OTT 플랫폼 Viu(뷰) 차트에서 기록한 초반 성과는 이례적이다. 기존 K-드라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로맨스 장르와 달리, 미스터리 스릴러임에도 빠르게 해외 시장에 안착한 것.

Viu(뷰) 2월 3주차 주간차트에 따르면 ‘마녀’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2위, 말레이시아에서 3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각각 6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아시아 콘텐츠 전문 플랫폼 Rakuten Viki(라쿠텐 비키)에선 방영 직후 시청자수 기준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및 인도 전 지역에서 주간 순위 10위권 진입 후 방영 3주 차인 현재 시청자수 기준 전 지역 주간 톱5를 유지했다.

‘마녀’의 글로벌 독점 배급을 담당한 A+E Global Media (구 A+E Networks Korea) 측은 동아닷컴에 “방송과 OTT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는 환경에서, 한국에서는 채널A를 기반으로 해외 주요 OTT 플랫폼을 통해 전략적으로 콘텐츠 확장을 이루었다”라며 “특히 ‘마녀’와 같이 느린 전개의 드라마를 과감히 배급함으로써 깊이 있는 드라마에 대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쇼츠와 드라마 요약이 주류인 현 트렌드 속에서도, 차별화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속도전에 매달리는 콘텐츠 시대에 역설적으로 음미(吟味)할 틈을 준, 현대적 ‘마녀’ 이야기의 결말은 오는 15일과 16일 오후 9시 10분 채널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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