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지난 10년간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자본회수에만 혈안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홈플러스를 난도질하더니 이제는 더이상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폐기처분하려 하고 있다. 이는 악질 투기자본의 먹튀 본색을 여실히 드러낸 행태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들이 최근 MBK 사옥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작심 발언이다.
MBK는 2015년 말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재무건전성 개선 목적으로 10년간 알짜 점포 등 자산 매각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실적과 재무구조는 악화됐고 최근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며 유동성 우려가 커지자 별다른 자구 노력 없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MBK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다른 사례도 있다. MBK가 2009년 1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을 겪다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 네파 역시 MBK에 인수된 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MBK가 경영권 장악을 시도 중인 고려아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 개입해 각종 폐단을 일으킨 사례는 많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에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하며 현물배당 등을 요구했지만 주총 표대결에서 패배했다. 2019년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7조원의 배당을 요구하고 해외 경쟁사 임원을 감사·이사로 앉히려고 시도하다 무산된 바 있다.
2006년에는 칼 아이칸이 KT&G 주식 매입 후 배당확대를 요구해 1년도 안돼 1500억원의 수익을 챙긴 뒤 발을 뺀 일도 있다. 2003년엔 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린 뒤 경영진을 공격했다. 오너일가의 공동 대응과 팬택·하나은행 등 백기사의 지원에 힘입어 SK가 경영권을 방어하긴 했지만 소버린은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사모펀드는 기업 경영에 개입하며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순기능보다는 오로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노동시장 불안과 경제 훼손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를 방어할만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자사주 활용이 있긴 하지만 최근 자사주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어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오히려 장기 보유하면 투기자본으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부진한 기업이라는 공격에 휘말릴 수 있다.
경제계가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의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선 재벌 기업의 특혜를 차단하기 위해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타당한 의견이다. 하지만 투기자본이 기업의 경영을 제멋대로 흔들다 이익을 빼가는 행태에도 마땅한 제재와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MBK 관계자들을 소환해 홈플러스 사태를 따져묻겠다고 한다. 단순한 호통치기식 현안질의에 그칠 것이라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투기자본의 폐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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