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청하의 수양딸, 황선아
2018년
스탠퍼드 최고 천재, 황선아
청하의 자택 연습장에서 한 여인이 MMA와 근접전투 기술인 마가를 수련하고 있다. 4명의 고수와 상대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강도 훈련이다.
크라브 마가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이 창시한 이스라엘의 군용 격투기로 방어와 무기술이 탁월하며,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유용하다. 특히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조건반사를 격투 기술에 도입해 유사시에도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만든다.
종합격투기인 MMA는 복싱, 킥복싱, 주짓수, 레슬링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한 맨손 격투에 가장 최적화된 기술이다.
그녀는 마가와 MMA의 기술에 궁중 무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경지의 격투술을 만들어 내었다.
4명의 최정예 교관은 아무리 공격을 해도 물 흐르듯이 방어와 역공을 이어가는 상대를 당할 수가 없었다. 30여 분이 흐르자, 교관들은 땀이 비 오듯 하는데 그녀는 숨소리마저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국 교관들은 모두 제압당했다.
훈련을 마치자, 모니터로 대련 과정을 지켜보던 청하가 손뼉을 치며 들어온다.
“우리 딸, 대단하구나. 대단해!”
“어머니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니야, 이제는 내가 안 되겠는데.”
엄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5년 전에 청하가 수양딸로 삼은 황선아이다.샤워를 마친 선아는 엄마와 함께 정열의 생일 파티장으로 갔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전날이라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축하한다, 열아.”
“뭘 새삼스럽게. 고마워, 누나.”
제니가 옆으로 오면서 청하의 팔짱을 낀다.
“언니, 오늘 너무 예쁘다.”
“나이 먹은 나보다도 제니가 더 멋진데.”
정열에게 고개를 숙여 선아가 인사를 한다.
“이모부, 축하해요.”
“그래, 와줘서 고마워. 나는 선아만 보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지? 너 누나 딸 말고 내 딸 해라. 하하하”
선아는 한눈에 봐도 깔끔하고 긴 머리가 잘 어울렸다.
정열은 누나 곁에 선아가 있어서 좋았다. 늘 외로웠는데 선아를 가족으로 맞이한 후로 누나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정열도 덩달아 좋았다.
제니도 선아의 손을 잡으며 반긴다. 제니도 선아를 조카가 아니라 딸처럼 대했다.
선아는 밝게 웃으며 청하의 팔짱을 낀다. 청하는 선아의 손을 다독거려주며 마냥 행복해한다. 청하의 밝은 얼굴을 보니 정열은 마음이 놓였다. 요즘 부쩍 심란한 일이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선아의 나이는 올해 25세. 19살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최고 점수로 MBA를 마치고, 다시 1년 만에 공과대학에서 항공 우주공학과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스탠퍼드 출신 중 최고의 천재로 알려져 신문은 물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초대받기도 하였다.
선아는 헤지펀드의 대부인 레오 달리오가 운영하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수석 매니저이다. 브릿지워터는 이베이, 야후, 아마존닷컴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수익을 벌어들였고 1,6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선아는 청하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담당 매니저였다.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특기인 선아는 청하에게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전달했다. 어느 날, 선아는 청하에게 한국으로 갈 테니 밥을 사달라고 했다. 청하는 담당 매니저로 전화 통화만 했지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흔쾌히 약속했다.
며칠 후, 식사 자리에서 만난 선아는 깨끗한 검정 슈트 차림에 긴 머리가 어울리는 스마트한 인상이었다.
“어서 와요. 진작에 만났어야 했는데, 먼 길 오느라 피곤하지 않아요?”
“아닙니다. 회장님을 한번 꼭 뵙고 싶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술 좋아하세요?”
“네! 좋아합니다. 아니, 좀 마십니다. 호호호”
“좋아하는 술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합니다.”
“어, 내 동생하고 술 취향이 같네. 내 동생은 몽라세를 좋아하는데.
“저도 몽라세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것도 인연이네, 조만간 동생하고 같이 자리했으면 좋겠는데 어때요?”
“저야 당연히 좋지요. 제가 만나 뵙기를 청한 이유는 펀드를 하나 권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 정도면 전화로 해도 될 텐데?”
“전화로 설명드리기가 좀… 비탈릭 부테린을 혹시 아세요?”
“이더리움을 만든 사람 아니에요?
“맞습니다. 이번에 혁신 기술이 더해져서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속도 문제나 과다한 개스비 같은 결점이 상당히 개선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더리움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거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이때까지 회장님께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는 권해드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추천 드립니다. 우리 회사가 운용하고 있는 회장님의 총자산이 100억 불 정도 되니까 20억 불 정도를 가상자산 플랫폼에 투자하도록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시기상조 아닐까?”
“아닙니다. 세계제인 추세로 볼 때, 지금이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선아 씨, 나는 선아 씨의 능력을 믿어요. 하지만 난 선뜻 내키지 않아요. 그렇지만, 만약에 선아 씨가 전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맡아서 해준다면 난 오케이 인데.”
“전적이라 하심은?”
“아예 한국으로 와서 선아 씨가 이야기한 것을 직접 해보란 이야기지요. 조건은 서로 맞추면 될 것이고.”
“그럼, 지금 미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회장님의 자금은?”
“그것도 선아 씨가 알아서 그 쪽에 계속 맡겨도 되고, 다른 곳으로 옮겨도 되고. 가상자산 투자 플랫폼도 선아 씨가 대표가 되어서 책임지고 이끌어 줬으면 좋겠는데 어때요?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감당할 자신이 있으니까 나에게 권한 것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
“나는 선아 씨를 믿어요. 이제 2년이 조금 넘었던가? 내 펀드를 관리한 지가.”
“네, 2년 4개월째입니다.”
“그 정도면 능력은 충분히 검증이 되었고, 달리오 회장이 그 나이에 수석 매니저를 맡겼으면 뭔가 특출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나는 달리오 회장의 선택에 투자를 하는 겁니다. 내 재산이 모두 없어져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내 사람이 되어 주면 좋겠어요.”
청하는 선아의 능력에 대해 알고 언젠가 SD그룹에 영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렇게 믿어 주시니 회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오, 결정이 시원해서 좋네. 그럼 지금부터 술이나 한잔할까?
청하는 선아가 즐겨 마신다는 몽라세를 직접 따라 주었다.
선아는 항상 궁금했다. 이렇게 큰 자금을 움직이는 사람이 한국 여자인데 검색을 해도 프로필을 알 수가 없었다. 나이가 60세라는 것 외에는 아는 정보가 없었다. 그렇지만 따뜻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선아는 미국으로 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찍 부모님을 여윈 탓에 늘 혼자 지내왔고 복잡한 것이 싫어서 짐도 많지 않았다.
대강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으로 간다면서 술도 한 잔 안 하고 그냥 가려고?”
“내일 가기 전에 전화나 하려고 했지. 선배는 지금 투자 건 때문에 바쁘잖아.”
“선아가 연결해 준 마이크로소프트와 어제 10억 불 투자 계약을 했어.”
“오, 축하해. 선배! 잘됐다.”
“지금 어디야?”
“집이지.”
“나 지금 센트럴파크 쪽에 있는데 선아 집이 브롱크스였잖아.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바로 근처야.”
“그럼 이리로 와서 술이나 한잔해, 그냥 가면 서운하지.”
샘 올트먼 선배가 이야기한 카페로 갔더니 스탠퍼드 대학 선배인 마이크 크리거도 같이 있었다. 마이크 크리거는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인데 페이스북에게 10억 불에 팔고 요즘은 다른 프로젝트에 올인하고 있다는 소문만 듣고 있었다.
안경을 고쳐 쓴 크리거는 선아가 오자 반색을 한다.
“그 유명한 후배를 오늘 처음 보네, 반가워.”
“선배님을 이렇게 만나니 제가 영광입니다.”
“우리 후배님에 비할까? 하하하”
“왜 갑자기 한국으로 가는 거야?”
“좋은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서.”
“어떤 회사이길래 선아를 스카우트한단 말이야? 삼성이야?”
“아니! SD그룹이라고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인데 자금력이 엄청나.”
“오, 그래? 언제 우리도 한국에 놀러 갈 테니 잘 부탁해.”
선아의 스탠퍼드 동문으로는 오픈AI CEO 샘 올트먼,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 캐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 야후 창업자 제리 양, 스냅 쳇 창업자 에반 스피겔,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의류 브랜드 GAP 창업자 도리스 피셔,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로브록스 창업자 데이비드 바수츠키, 테슬라 CTO 스트라우벨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었고, 훗날 이들은 선아의 사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선아는 출국장을 빠져나오면서 깜짝 놀랐다. 황청하 회장님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오느라 고생했다.”
“이렇게 몸소 마중을…”
“내가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 기다렸는지 알아? 안 오면 어쩌나 하고.”
“회장님도 참, 저는 회장님이 마음이 변하시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는데요.”
“그랬어? 그럼 우리는 서로가 통한 거네, 그렇지?”
비서들이 다가와서 선아의 짐을 챙겨갔고, 선아는 자연스럽게 청하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왠지 엄마와 같이 걷는 것 같았다.
청하는 선아에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듬뿍 들었다. 청하는 평창동 집 근처에 빌라를 구해서 직접 가구들을 세팅했다. 집에 도착한 선아는 멋진 가구들과 가전제품으로 채워진 부엌과 거실이 마음에 들었다. 4개의 방은 청하의 세심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재와 피트니스룸, 그리고 드레스룸, 침실로 구분했다.
“이건 저에게 너무 넓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지. 우리 회사 대표인데.”
“고맙습니다, 회장님.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고…”
[팩션소설'블러핑'12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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